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조기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전 세계에서 약 600만 명, 우리나라에서는 약 5만 8000 명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사망의 21%를 차지한다.

담배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을 감안할 때 흡연율 감소는 가장 중요한 공중보건 정책이다. 2012년 우리나라 성인 남자의 흡연율은 43.7%로 OECD 36개국 중 가장 높다.

성인 남자의 흡연율은 1998년에 66.3%에서 2007년에 45%로 급격하게 줄어들었으나 2008년 이후 더 이상 낮아지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03년 공중보건 분야 최초의 국제협약인 담배규제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을 제정했고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178개 당사국이 이를 비준하였다.

우리나라 성인 남자 흡연율 43.7%…OECD 36개국 중 가장 높아

이 조약은 각 당사국이 지켜야 할 담배규제정책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이 협약에 의하면 흡연율(또는 담배소비)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정책은 담배공급을 줄이는 정책과 담배수요를 줄이는 정책으로 크게 나누고 담배수요를 줄이는 정책은 다시 가격정책과 비가격정책으로 나눈다.

비가격 정책에는 공공장소 실내금연, 담배성분에 대한 규제, 담뱃갑의 경고문구 표시, 흡연의 위험에 대한 대중 캠페인, 담배광고, 판촉 및 후원에 대한 규제, 담배중독에 대한 치료 등이 포함된다. 가격정책은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을 올려 담뱃값의 인상을 유도해서 담배소비를 줄이려는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담배규제정책 모두 효과적이지만 담뱃세 인상(담뱃세 인상이 결과적으로 담뱃값 인상으로 나타나므로 이 글에서는 이를 혼용한다)은 여러 정책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성인 남자의 흡연율이 23.7% 포인트 낮아졌는데 이중 54.4%는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것이다. 특히 2004년 12월에 담뱃값을 2000원에서 2500원으로 대폭 인상 한 후 담배소비는 크게 줄어들었다.

담뱃세 인상, 담배규제정책 중 가장 효과적으로 인정받아

그러나 2004년 이후 담뱃값의 추가 인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2004년부터 2013년까지 32%의 물가인상과 15%의 1인당 실질 GDP 상승으로 인해 실제 담배가격은 크게 낮아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궐련)의 가격은 1갑 당 2500원으로, 노르웨이의 1만 6500원의 1/7 수준에 불과한데 이는 OECD 36개국 중 가장 낮다.

담뱃값을 10% 인상하면 담배소비는 고소득국가에서는 대략 4%, 저소득국가에서는 대략 8% 감소한다. 우리나라의 연구결과도 비슷한데 담뱃값 10% 인상 시 담배소비는 2.7~6.9%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뱃값 인상의 효과는 특히 청소년과 저소득층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청소년에서의 담배소비 감소 효과는 성인의 약 3배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 연구에서도 담배가격 10% 인상 시 중·고등학생의 흡연량이 15.6% 감소했다. 청소년에서는 담배를 끊거나, 줄이는 효과 이외에도 흡연 시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담배가격 인상은 저소득층의 담배소비를 더 많이 줄이기 때문에 건강 불평등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국내 연구결과 담배가격 10% 인상 시 중·고등학생 흡연량 15.6% 감소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담배소비가 줄어들고 이는 국민의 건강수준 향상과 함께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생산력을 향상시킨다. 30세 이전에 금연을 하면 수명이 약 10년 정도 길어져 비흡연자와 같은 수준이 된다. 우리나라 연구에 의하면 금연 8년 후에는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이 42%,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이 57% 줄어들었고 금연 10년 후에는 전체 암 발생이 23%, 폐암 발생이 79%나 줄어들었다.

또한 2004년의 담뱃값 500원 인상은 향후 20년 간 의료비를 약 1500억 절감하고 총 경제효과는 1조 9700억 원에 달할 것이라 추정됐다. 담뱃값을 얼마나 올리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관한 기준은 없다. 그러나 물가에 연동해서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보다는 한꺼번에 올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인상액이 클수록 더 효과적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담뱃값이 5000원이 되면 흡연자의 78%가, 6000원이 되면 흡연자의 88%가 금연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2020년까지 성인 남자 흡연율을 정부가 세운 목표치인 29%로 낮추기 위해서는 담뱃값을 최소 2000원 인상과 함께 비가격 정책도 크게 강화해야 한다는 연구가 있다. 따라서 이번에 최소 2000원 정도는 인상돼야 한다.

인상은 한 번에·클수록 효과적…세수 사용처, 정당성 확보 위해 중요

담뱃값 인상은 적지 않은 반대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나 담배회사가 이런 반대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담뱃세가 역진적이어서 저소득층에게 불공평하다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주장이다.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고소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담뱃세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담배소비가 더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담뱃세 인상은 누진적인(저소득층에 유리한) 정책이다. 오히려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담배로 인한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을 지속시킨다.

다만 담뱃값이 올라도 니코틴 의존성이 심해 담배를 끊을 수 없는 사람이 생길 수 있고 이들의 부담은 늘어날 수 있다. 이 문제는 담뱃값 인상으로 조성된 재원을 저소득층을 위한 금연사업에 사용함으로써 해결 할 수 있다. 담뱃값이 올라도 담배소비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담배의 의존성으로 인해 담배소비의 가격 탄력성이 높지는 않지만 소비가 감소하는 것은 가격-수요의 기본적인 원리이다. 담배회사는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이다. 담뱃세 인상을 통해 얻은 세수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는 담뱃세 인상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

담뱃값 인상, 공중보건정책에서의 ‘비정상의 정상화’

담배에 부과되는 354원의 건강증진부담금으로 인한 수입은 2013년에 1조 3497억 원에 달하는데 금연관련 예산은 1.4%인 218억 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추가 인상된 담뱃세의 상당액을 금연사업을 포함한 건강증진 사업에 사용해야 한다. 특히,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저소득층과 청소년의 금연사업을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담배규제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가격 정책과 비가격정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공공장소 실내금연, 담뱃갑의 그림 경고 문구 도입, 담배광고, 판촉 및 후원 활동의 전면금지 정책과 함께 담뱃값의 대폭적인 인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공중보건정책에서의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조홍준 울산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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