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포근한 봄을 맞아 산을 찾는 상춘객(賞春客)이 늘고 있다.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봄바람과 산새들이 지저귀는 상쾌한 소리가 마음을 한결 가볍고 편안하게 해준다.

시냇물 소리에 취하다 보면 지치고 병든 몸과 마음이 어느 새 치유되는 듯하다. 숲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인체가 가지고 있는 스스로의 면역력을 통해 질병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위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것이다.

프랑스 사상가 루소는 문명으로 더러워진 사회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주장했다.

이 말은 몸과 마음이 온전하지 못한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자연으로 몸을 고친다는 자연의학이 21세기의 새로운 의학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시형 신경전문의 박사(산림치유포럼 회장)는 "대표적인 자연의학인 산림욕 효과는 신선한 숲향기(냄새), 산소 농도가 높은 공기의 흐름(바람), 음이온, 기압, 적당한 습도를 느낄 수 있는 기온 등이 합세해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여 자기치유 능력을 높여준다"고 설명한다.

◆ 숲에서 걷는 것만으로 면역력 높아져
 
5년 전 간암 판정을 받은 박상돈 씨(가명ㆍ53). 그는 지금 산에서 살고 있다. 박씨는 수술과 항암치료를 거치며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산으로 들어갔다.

맑은 공기와 숲의 짙은 향취를 맡으며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다. 매일 아침 배낭을 메고 산에 올라 직접 채취한 약초를 가져다가 달여 먹고 밥도 짓는다.

산사람이 다 된 박씨는 "거무튀튀하던 얼굴빛도 맑아지고 몸도 가볍고 건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연 숲에서 질병이 낫는 산림 치유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일까? 숲에서 발생되는 피톤치드(phytoncide)는 공기를 맑게 하고 살균 작용을 할 뿐만 아니라 인체 면역 기능을 높인다.

인체의 가장 강한 면역세포 중 하나인 NK세포를 활성하기 때문이다. NK세포(Natural killer Cell)는 인간의 혈액 중에 있는 림프구 중 약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암세포와 같은 이상세포를 발견해 죽이기 때문에 우리 몸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피톤치드는 또한 혈압을 낮추고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를 낮추게 함으로써 긍정적인 심리 상태가 된다.

특히 뇌의 전두엽 활동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두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로 해충, 곰팡이, 병원균을 없애는 작용을 하며 인간에게는 신경계에 영향을 줘 정신적인 안정감을 준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당 2㏊의 숲이 있으면 연간 5~7명의 사망률을 낮추고 동시에 입원 치료 4~6명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산림 치유는 스트레스성 정신장애에 대한 치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산림욕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야 좋나
 
산림욕 장소는 기본적으로 경관이 아름답고 공기가 맑은 곳이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마음에 들어야 한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주변에 가까운 숲을 찾아 자기만의 산림욕장을 만들어보는 것이 좋다.

주변에 숲이 없는 사람들은 집이나 직장 주변에 있는 작은 공원, 길게 늘어선 가로수길, 화분이 정성스럽게 놓여진 베란다를 이용해도 괜찮다.

산림욕은 일상에서 잠깐이라도 매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형적으로는 산밑이나 산꼭대기보다는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는 산 중턱이 산림욕을 즐기기에 좋다.

계곡도 피톤치드가 많이 모이는 곳이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은 산꼭대기부터 나뭇잎들을 간질이며 피톤치드가 더 많이 나오도록 부추기고 다량의 피톤치드를 계곡으로 몰고 내려온다.

피톤치드는 나무와 식물이 햇볕을 받아 광합성 작용을 할 때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숲이 본격 성장하는 5~6월, 햇볕을 가장 많이 받는 한여름에 피톤치드가 많이 생성된다.

하지만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아나는 봄에도 나무들은 여전히 호흡을 하면서 피톤치드를 많이 뿜어낸다.

하루 중 피톤치드의 발산량이 가장 많은 때는 해뜰 무렵인 새벽 6시와 오전 11~12시 사이다. 새벽에 숲속을 거닐 때 다른 때보다 훨씬 상쾌한 기분이 드는 이유가 바로 새벽에 피톤치드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숲속에서 걸을 때는 바른 자세로 경쾌하게 걷는 것이 좋다. 또 걷는 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하되 지나치게 천천히 흐느적거리며 걷지 않도록 한다.

이와 함께 팔을 자연스럽게 앞뒤로 흔들면서 걷는 것이 좋다. 운동의 강도는 심장박동수가 최대 심장박동수의 40~60%가 되는 상태가 좋다. 최대 심장박동수는 220에서 자기 나이를 빼면 된다.

※참고=산림치유(한국산림치유포럼 번역ㆍ전나무숲 출간), 내몸이 좋아하는 산림욕(박범진 지음, 넥서스북스 출간)

◆ 덴마크ㆍ독일 등은 숲을 의학적으로 접근
 
독일 바이에른주 남부 660m 고원에 위치한 바트 뵈리스호펜은 숲속 요양마을이다. 인구 1만5000명이던 작은 마을이 숲 치유 프로그램의 유명세로 매년 10만명이 방문하고 있다.

환자들이 요양 목적으로 그곳을 찾고 있지만 대부분 휴식이나 휴양을 통한 회복이 목적인 사람들이 많다.

독일은 3년에 한 번씩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13일 동안 요양휴가를 가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휴가지는 산림휴양지로 보험회사를 통해 알선을 받거나 개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독일에서 삼림욕은 건강보험에서도 인정하는 예방의학의 치료행위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산림치유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먼저 그 탁월한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1960년대부터 숲속 유치원이 생겨났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1년 내내 일반 보육 프로그램은 물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을 제공받는다.

현재 덴마크에는 60여 곳, 독일에는 무려 220곳이 있다. 그만큼 숲에서 생활하는 것이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일본은 숲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씻어낸다는 의미에서 삼림욕을 권하고 있으며 삼림욕이 주는 건강증진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숲이 주는 건강효과를 상품으로 개발해 다양하게 판매하기도 한다.

일본은 2005년부터 삼림세러피 인증제도를 실시하며 관련자를 양성하고 있다. 이들은 메디컬 트레이너라는 명칭으로도 불리며 숲에서 치유효과를 높이기 위한 안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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