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곽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고 중단됐던 국군수도방위사령부의 장병생활관 공사가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문화재청은 최근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회 심의에서 수도방위사령부가 제출한 장병생활관 설계 수정안이 3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건물을 사용하라는 조건으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또한 "3년 뒤에는 서울성곽 세계문화유산등재 등의 사정을 고려해 장병생활관을 철거하거나 사용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다시 심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성곽에서 불과 3m 남짓 떨어진 곳에 군시설물이 무단으로 설치돼 논란이 일었으나 국방부는 공사 수정안을 제출해 결국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시민단체 등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서울성곽 앞에 군시설물이 있어 문화재 훼손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부터 부암동 서울성곽과의 지근거리 지상 2층짜리 규모의 장병생활관을 지어왔다.

사적에서 100m 이내에 건물을 세우거나 시설을 변경할 때는 문화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수도방위사령부는 이런 규정을 무시한 채 수개월 동안 공사를 진행해 논란을 빚었다.

공사가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종로구청은 국방부에 수차례 공사중지 요청 공문을 보내고 문화재청은 4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냈으나 속수무책이다.

그러다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문화재현상변경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문화재청은 국방부의 문화재현상변경 신청에 대해 1차 부결 판정을 내렸으나, 2차 수정안을 허용함으로써 결국 공사가 다시 시작됐다.

문화재청 사적과 조성래 담당관은 "국방부에서 원래 규모보다 높이와 넓이를 축소한 수정안을 제출해 문화재위원회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통과했다"며 "문화재에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한 관계자는 3년 후에는 군 시설물이 철거되는 것이 확실하냐는 질문에 "그것은 그때 가봐야..."라며 말을 아꼈다.

공사비 26억원을 들여 장병생활관을 지어놓고, 3년 뒤에 세계문화유산등재를 위해 철거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결국 문화재 훼손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핑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그 밖에 국방부가 무단으로 군시설물을 짓는 등 문화재보호법을 어겼음에도 이를 눈감아주고 공사를 재개하도록 한다는 것은 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문화재 훼손의 선례를 남기게 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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