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서도 경기가 좀처럼 반등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경기 관련 화끈한 대책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 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화끈한 대책이라는 것이 정책적 수단면에서도 찾기 어렵고 부작용도 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고려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경제에서 각종 돌발 위험들이 분출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책적 여력(폴리시 스페이스)을 남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2차 추경과 같은 대책으로 대규모 적자재정을 편성해 경기부양에 나설 경우 예측하지 못한 위험이 닥쳤을 때 자칫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현 부총리는 특히 최근 세계 금융시장을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가도록 만든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발언을 지목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세계 금융시장에는 예측하지 못한 '버냉키 충격'으로 다가오게 되고, 재정 적자가 큰 국가에는 급격한 자본유출과 재정위기마저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1994년 미국의 갑작스런 통화긴축은 멕시코 등 주변국의 외환위기를 촉발시키기도 했다.

'버냉키 충격' 등 갑작스런 위험에도 대비해야

현 부총리는 "미국의 성급한 출구전략이 다른 나라의 급격한 자본유출과 금리 급등 등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파급효과를 낳게 되고, 이렇게 발생한 신흥국 등의 경제불안이 다시 미국에 역으로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며 역 파급효과(reverse spillover)를 강조했다.

현 부총리는 이번주에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본격 제기해, 미국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의 시기와 속도, 방법 등을 신중히 결정하도록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등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되면, 우리 경제는 하반기에는 점차 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현 부총리는 "대중국 수출이 안 좋지만, 반도체와 선박 등이 하반기에 되살아나고 있고, 파업 등의 하방위험이 있지만, 소비나 고용이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도 있다"며 "상하방 위험이 동시에 나타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전망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컨트롤 타워로서 경제부총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감독론'을 내세워 나름의 해명을 내놨다.

현오석 부총리는 "때로는 감독이 나와서 메가폰을 잡고 소리를 질러야 할 때가 있고, 장막 뒤에서 조율해야 할 때가 있다"며 "결국은 좋은 작품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3월에 발표한 스케줄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논설위원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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