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엽 회장, “요양기관 현안 해결 외면한 채 새 제도 도입 시도로 혼란 부추겨”

[환경방송=권병창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신 노년층’을 겨냥한 ‘임대형 요양시설 도입’을 공식화하기 위한 공청회를 1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하기로 해 30만 장기요양기관 입소자 및 종사자들의 거센 반발과 비판에 직면했다.

2020년에 노인세대에 진입한 베이비붐세대를 ‘신 노년층’으로 정의하며, 이들을 겨냥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으로 대기업과 대형보험사 등에 임대형 요양시설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것이 공청회의 핵심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당시 애걸하다시피 하면서 민간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했던 정부가 최근까지 ‘변화된 환경에 부합하도록 장기요양기관의 현안 및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한국노인복지중앙회를 비롯한 장기요양 4단체의 요구를 외면한 채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공식적으로 시도하는 것이어서 배신감을 느낀 관련 단체 및 회원기관 종사자들의 반발과 분노가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장기요양 관계자들이 분개하는 것은 공청회에서 발표될 정책내용도 문제지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일체의 내용을 숨긴 채 은밀히 진행하는 지에 대한 불신감’ 때문이다.

공단이 지난 4월 28일 광주대 산학협력단에 용역을 맡긴 3개월도 안 되는 기간의 연구를 토대로 얼마나 대단한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미심쩍은 것이다.

대기업 및 대형보험사의 요양시설 사업 진입이 허용되면, 요양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 기존시설의 운영상 어려움은 더욱더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압도적이다.

공단은 과업지시서, 즉 제안요청서에 ‘도심 등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신 노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요양시설 활성화’라는 문구를 ‘연구배경’으로 적시(摘示)하고 있지만,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인 ‘커뮤니티 케어’와도 배치(背馳)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역시 논란의 여지가 많다.

가장 큰 문제점은 따로 있다.

공단은 "신 노년층의 경제수준과 지적수준이 다른 노인계층과 구별된다"며, 이들이 대기업·대형보험사가 제공하는 고가의 양질의 서비스를 구매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 이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임대형 요양시설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실패사례를 보면, 결코 공단의 생각에 동조할 수 없다.

2011년 영국의 최대 요양기관 ‘서든 크로스(Southern Cross)’의 파산으로 시설폐쇄와 함께 약 4만 여명의 입소자들이 대체시설을 찾아 나선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결국 지금처럼 나태한 공단의 관리역량으로는 시설의 갑작스런 폐업과 민간시설의 난립 등으로 애꿎은 입소노인들의 피해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결국 요양시설의 공공성을 강조해 온 정부의 그간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권태엽회장은 “그동안 복지부 당국자들이 입버릇처럼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해 내놓겠다던 정책대안이 고작 이 정도인가라는 생각에 실망스럽고, 공단과 복지부를 믿고 장기요양제도의 발전을 위해 순간마다 진심으로 임해 온 한 사람으로서 그저 허탈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권회장은 또 “오늘의 이 사태로 인해 초래될 향후의 모든 사태의 책임은 분명히 복지부와 공단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용역발주 및 공청회 개최를 비밀스럽게 추진한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 장소에는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 장기요양 4단체 회장단과 회원 200여명이 참석해 침묵시위를 펼치며, 보건복지부와 공단에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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