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가 진행되고 있는 멍게가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장마철 연안의 해양 생태계를 뒤로한 사전성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은 양식장 피해에 대해 배상이 타당하다는 분쟁위 결정이 나왔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김원민)는 장마철 고속도로 흙깍기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흙탕물의 연안 유입에 따른 가리비와 멍게 피해배상 등을 요구한 사건에 대해 발주처와 시공업체가 공동으로 1억9천800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강원도 양양군 Y면에 위치한 D수산은 ’06년부터 08년까지 우기에 고속도로 절-성토 공사장에서 발생한 흙탕물 유입으로 가리비와 멍게가 폐사하는 피해를 입었다며, 한국도로공사와 H공영(주)를 상대로 24억8천400만원의 피해배상을 요구했다.

9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쟁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가리비와 멍게는 양식장에 흙탕물이 유입될 경우 어느 정도 적응력을 갖고 있으나, 흙탕물이 4~5일 이상 정체하게 되면 호흡을 위해 아가미를 열게 되고, 흙탕물이 아가미를 막아 폐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속도로 공사장은 환경영향평가 당시 연안으로부터 500여m가 넘는 사업장이어서 해양생태계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은데다 일부 구간은 침사지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미흡했다.

다량의 강우때 초기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충분한 용량의 침전지가 설치되지 아니했음이 드러나 유책사유가 제기됐다.

신청인 양식장은 지난해 6월24일 현장조사 당시에도 멍게가 상당량 폐사되고 있음이 목도돼 이를 반증했다.

신청인은 6월2일~3일 까지 내린 120mm 정도 강우로 고속도로 공사장에서 발생한 흙탕물이 바다로 다량 유입됐기 때문에 폐사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해당지역의 1일 최대 강우량은 06년 7월15일 223mm, 07년 8월27일 53mm, 08년 7월24일 189mm로 집계됐다.

하절기 연안의 해류는 난류성 해류에 의해 북상하는 양상을 띄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분쟁위는 해당 조사결과를 토대로 06년과 ’08년 우기에 다량의 강우가 있었고, 이 시기에 절-성토 공사가 집중적으로 시행됐음을 확인했다.

현지조사시 일부 미 녹화구간에 침사지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미흡한 것은 물론 오산천<사진> 등에서 발생한 흙탕물이 하절기 북상하는 난류 영향을 받아 신청인의 양식장으로 유입될 개연성이 큰 점이 지적됐다.

또한 강우때에는 양양 남대천 물의 영향을 받아 상당기간 정체할 개연성이 큰 지역적인 특성과 양식장으로 유입된 흙탕물의 부유물질 농도가 500~3,000㎎/ℓ정도로 예상됐다.

180㎎/ℓ이상의 부유물질 농도에서는 가리비의 아가미에 심각한 손상을 주며, 흙탕물 유입 등 복합적인 시.공간적 변화가 가리비와 멍게의 대량 폐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분쟁위는 피신청인 공사장에서 발생한 흙탕물이 신청인의 가리비와 멍게 폐사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개연성을 인정했다.

분쟁위는 이에 따라 시공사와 도로공사는 부진정 연대해 총 1억9천800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다만, 장마철에 1일 최대 강우량이 07년 8월27일에 내린 58mm의 강우로는 피신청인 공사장에서 발생한 흙탕물이 신청인의 가리비와 멍게 폐사에 영향을 주었을 개연성은 인정되지 않았다.

분쟁위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연안 양식장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에서의 절-성토 작업이 수반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할 때는 사전에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환경영향 평가를 실시하도록 주문했다.

분쟁위의 복진승 심사관은 "그 밖에 초기 강우를 충분히 저장할 수 있는 침전지가 설치되는 등 토사유출 방지 대책에 철저를 기해 이로 인한 연안 양식장에 피해가 발생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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