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소재 이방초등학교 교정에 세워진 산토끼 노래비>

국민동요 산토끼의 고향은 경남 창녕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총 깡총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산고개 고개를 나혼자 넘어서/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 올테야

신묘년 (辛卯年) 토끼해를 맞아 국민동요 산토끼의 탄생 배경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2일 경남 창녕군 등에 따르면 이 노래는 일제 강점기였던 1928년 가을 창녕군 이방면 안리에 있는 이방보통학교(현 이방초등학교)에 재직하던 고 이일래(1903~1979) 선생이 직접 작사, 작곡한 것이다.

이 선생의 회고록에는 당시 그가 딸 명주(당시 1세)양을 안고 학교 뒷산인 고장산에 올라가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바로 앞에서 산토끼가 깡충깡충 뛰노는 모습을 보고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선생은 "우리 민족도 하루 빨리 해방이 되어 저 산토끼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면서 그 자리에서 가락을 흥얼거렸고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오선지에 곡을 만들고 가사를 붙였다.

이렇게 탄생한 산토끼는 처음에 이방초등학교 전교생들이 부르기 시작했고 이웃학교를 거쳐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민족혼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노래는 토끼 형상인 우리 국토를 연상시키고 민족감정을 유발시켰다는 이유로 일제가 부르지 못하게 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이후 이 선생이 일제의 탄압을 피해 자신을 숨겼고, 해방과 6.25전쟁 등 격변기를 거치면서 산토끼 노래는 작사.작곡 미상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38년에 출판된 조선동요 작곡집의 영인본이 1975년도에 나오면서 뒤늦게 그가 만든 노래임이 세상에 알려졌다.

영인본에 실린 이 선생의 원본 노래 가사는 산토끼 토끼야 너 어디로 가나/깡충 깡충 뛰어서 너 어디로 가나

산고개 고개를 나 넘어 가아서/토실토실 밤송이 주우러 간단다로 돼 있다.

훗날 부르기 쉽고 어감이 편리하게 노랫말이 약간 바뀌었다.

현재 이방초등학교 교정에는 이 학교 졸업생들이 힘을 모아 세운 이 선생의 흉상을 비롯해 산토끼가 풍금을 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노래비, 이 선생의 음악세계 등을 담은 각종 기록, 토끼사육장 등 산토끼 노래와 관련된 기념물들이 가득하다.

이 학교 박선아 교사는 "많은 분들이 산토끼 노래를 즐겨 부르지만, 이 노래가 탄생하게 된 시기와 계기를 알고 난 뒤에는 새삼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학교 앞 마을 입구에는 산토끼의 고장 이방이라는 표지석을 비롯해 산토끼와 노랫말을 담은 벽화 등도 눈길을 끈다.

이방초등학교 34회 졸업생인 마을 주민 하재진(64)씨는 "일제치하에서 민족혼을 되살리기 위해 만든 애국의 노래가 우리 고장에서 내가 졸업한 학교의 선생님께서 만든 것이어서 더욱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창녕군은 불후의 국민동요인 산토끼를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이 학교 뒷산인 고장산에 산토끼 노래에 얽힌 다양한 자료, 영상물, 체험장 등을 두루 갖춘 산토끼공원을 올해 개장한다.

김충식 창녕군수는 "토끼해를 맞아 산토끼 노래에 담긴 그 기상을 군민들과 함께 활기차게 되살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창녕>

저작권자 © 환경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