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권변호사 칼럼 - 로스쿨 교수진의 자격(로스쿨의 개선점)

올해 사법시험으로 선발하는 사법연수원생의 수는 200명이다. 사법연수원은 2017년 폐지가 예정되어 있으며, 선발인원도 1000명에서 점차적으로 감축되어 사법연수원은 폐지를 향해 조금씩 나가가고 있는 중이다.

법조실무계에는 사법연수원의 존치를 주장하는 의견이 많다. 로스쿨제도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현재 폐지를 향해 달려가는 사법시험을 일정한 인원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사시존치’ 내지는 ‘변호사예비시험제도’에 대한 주장이 유력하다. 위철환 대한변협 회장도 사법시험의 존치를 지지하며, 서울지방변호사회 집행부에서는 사시존치를 위한 가두시위를 두 차례 했었다. 또한 ‘변호사예비시험제도’를 담고 있는 법률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올해에는 국회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고 있다.

변호사예비시험제도, 혹은 사시존치의 주장의 핵심에는 ‘로스쿨의 문제점’이 깔려 있다. 로스쿨 관계자들은 애써 현 로스쿨의 문제점에 눈을 감고자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로스쿨 졸업생들의 실무에 투입되면서 이들의 실무능력을 체험하고 있는 실무가들의 견해는 로스쿨 관계자들과는 매우 다르다.

사시존치 내지 변호사예비시험제도의 도입은 ‘로스쿨의 문제점의 개선’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로스쿨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한다면, 사시존치는 불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로스쿨의 문제점 자체를 부인하고 로스쿨의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다면, 차선책으로 ‘변호사예비시험제도’는 필요하다. 필자가 사시존치를 조건적으로 찬성하는 이유는 우리의 법조인양성제도는 로스쿨의 도입으로 누더기가 되었는데, 사시존치는 또 하나의 누더기를 덧대는 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법과대학이나 로스쿨, 혹은 사법연수원제도는 ‘변호사양성제도’의 일부들이다. 로스쿨의 개선방향도 ‘법조인양성제도’라는 클 틀에서 생각해야 한다. 과거 사법연수원 시절 변호사양성제도는 법과대학에서의 이론교육과 사법연수원에서의 실무훈련교육으로 단계적 교육방법으로 이루어졌다. 법과대학에서는 이론교육은 대학원이나 외국유학을 하여 일정한 학위를 받은 교수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사법연수원에서는 이런 이론교육의 바탕 위에 실무훈련을 실시했는데 판사,검사,변호사의 현직 법조인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학자는 이론적인 학자를 양성하고 실무가는 실무가를 양성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이었다.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이론교육과 실무훈련이 로스쿨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법조인양성제도를 로스쿨로 통합하면서 간과한 면들이 있다. 첫째는, 로스쿨과 법과대학의 관계이다. 필자는 항상 로스쿨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니 법과대학은 로스쿨이 아니고 비즈니스 스쿨인가, 아트스쿨인가’ 이런 자문을 하게 된다. 법과대학은 로스쿨이다. 이론교육과 실무훈련을 통합하는 로스쿨을 만들면서 법과대학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로스쿨이 있는 동시에 법과대학이 존재한다는 것은 법조인양성제도에 중복이 있음을 말한다. 우리의 법조인양성제도는 길을 잃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둘째는, 로스쿨 교수진의 자격이 문제이다. 법과대학에서 학자들이 학생들을 교육했고, 사법연수원에서 실무가들이 사법연수생을 훈련했다면 로스쿨과 사법연수원을 통합한 로스쿨 교수의 자격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자, 학위와 법조경력을 겸비한 자에게 주는 것이 옳다. 현재 로스쿨이 실력있는 변호사를 양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로스쿨 교수진에 큰 책임이 있다. 로스쿨 교수진에 실무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의 교수들이 실무경험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법과대학과 사법연수원을 통합한 로스쿨은 처음부터 학위와 실무경험을 겸비한 사람으로 교수자격을 한정했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실무경험이 없는 기존의 법과대학 교수들이 그대로 로스쿨 교수가 되었다. 그러면서 실무경험이 있는 실무가를 20%이상 채용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이런 로스쿨에서 실무가를 양성해낼 수 있을까? 오히려 실무경험이 없고 학위만 있는 교수를 20%한도에서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인적구성으로는 현재의 로스쿨은 법과대학과 크게 다름이 없다. 현재의 로스쿨은 실무경험이 없는 교수들의 대부분인 이유 때문에 로스쿨졸업생들의 실무능력이 저하되었다는 말에 어떤 반박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 이론교육을 하는 법과대학에서는 아무런 실무경험이 없더라도, 학위를 가진 교수가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은 정상적이었다. 하지만 법과대학과 사법연수원을 통합한 로스쿨에서 실무경험이 없는 교수가 대부분이라는 것은 법조인양성제도에 있어서는 재앙이다. 원칙적으로 실무경험이 없는 사람은 로스쿨 교수로서 자격이 없다. 아주 예외적으로 실무경험이 없더라도 이를 보충할 수 있는 특출한 이론적인 탁월성을 가진 사람은 로스쿨 교수가 될 수 있을 것이지만 이들은 20% 이상을 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로스쿨의 교원은 이론과 실무경험을 겸비한 교수들로 100% 충원해야 한다. 차선책으로 비율을 정하고자 한다면, 실무경험이 없는 이론교수를 20%이하로 충원할 수 있도를 해야 할 것이다.

과거 법과대학 교수를 하던 사람들이 그대로 로스쿨에서 강의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며, 실무경험이 없는 이론교수들이 로스쿨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재앙에 가깝다. 교수로서 경력이 일천한 실무경력이 있는 교수들은 좋은 강의를 배정받지 못하여 다시 로스쿨을 떠나 실무계로 돌아오는 경우까지 있다고 들었다. 실무 경험이 없는 교수들이 80%인 로스쿨에서 ‘실무가’를 양성하겠다는 생각은 코메디가 아닐까? 현재 로스쿨 교육의 실패의 원인 중에 큰 부분이 로스쿨 교수의 인적구성이 원인이다. 실무경험이 없는 교수들에 의해 실무가를 양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법조인양성제도로서 로스쿨은 개선되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개선책은, 원칙적으로 로스쿨 교원의 자격은 실무경력과 학위를 겸비한 사람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무경험이 없는 교수들은 로스쿨이 아니라 로스쿨이 없는 대학의 법과대학에서 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실무경험과 학위를 겸비한 교수를 충원하는 것이 어렵다면, 실무경험이 없는 교수의 비율을 20% 이하로 규제하는 것이 실무가를 양성하는 로스쿨을 바로잡는 길이라 생각한다. 로스쿨 개혁은 로스쿨 교수진의 인적쇄신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런 인적쇄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로스쿨에서 양질의 변호사를 양성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므로, 사시를 존치하고, 변호사예비시힘제도를 도입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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