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환경 아시아산업, 자원 재활용 앞장

<세계 각국에서 반출되는 헌옷을 사들여 제3국 등으로 판매하며 중계무역을 하는 싱가포르 정광정 회장의 물류창고에 헌옷이 가득 쌓여 있다.>


낡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 옷장 속 애물단지가 된 갖가지 헌옷.

아파트와 주택가에 설치된 의류수거함에 버려지는 헌옷은 그러나 자원의 선순환, 나눔의 의미를 일깨워 주고 있다.

전주시 팔복동에 있는 헌옷 재활용업체인 사회적기업 나눔환경과 함께 헌옷의 변신이 환경산업의 꽃으로 탈바꿈한다.

전국 각 가정에서 버려지는 헌옷은 한데 모여 수천km 이상의 여행을 하며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엄청난 규모의 수출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전북도 관계자와 사회적기업 나눔환경, 헌옷 수출업체인 익산의 (유)아시아산업과 함께 싱가포르, 캄보디아 현지 시장 탐색에 나섰다.



이번 시장 탐색은 사회적기업의 마케팅 활성화와 시장개척을 위한 정부 지원으로 이뤄졌다.

주택가 등의 헌옷수거함에 버려진 옷들은 나눔환경 등 수거업체를 통해 한데 모인다. 

각 지역의 수거업체는 수출을 담당하는 권역의 업체를 통해 헌옷을 수출한다.

수출은 몽골과 중국, 아프리카 지역 등 개별 나라로 직접 진행되기도 하지만 중계무역상에게 취합되기도 한다.

중계무역으로 유명한 싱가포르는 헌옷 수출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헌옷 수출과 관련해 싱가포르의 3대 거상 중 한 명인 정광정 덕가기업사인 유한공사 회장(62)이 말하는 헌옷 시장은 상상 이상이었다.

"한국이 한 해 동안 수출하는 헌옷의 양을 값으로 따진다면 7,5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에 달합니다."

우리가 쉽게 지나친 헌옷들이 모여 매년 1,000억원 가량의 시장을 만들고 있다는 말이다.

정 회장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헌옷을 취합해 중계하는 역할을 한다.
정 회장은 "한국, 일본을 비롯해 북미와 유럽 각국에서 헌옷을 사들여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국과 몽골 등 다양한 지역으로 넘긴다"며 "헌옷은 항상 나오고 있고, 가난한 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어 헌옷 시장은 세계적으로 클 뿐 아니라 시장전망도 여전히 밝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헌옷 수출 시장의 5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는 정 회장은 매달 컨테이너 80~90개 분량의 헌옷을 다룬다고 말했다.

한 컨테이너에는 헌옷을 100kg 단위로 포장한 다발이 260개 이상 들어간다. 한 다발에는 두께에 따라 다르지만 수십에서 수백 개의 옷이 들어간다.

헌옷 시장이 성장하고 기후에 따라 선호하는 옷이 다르다보니 헌옷 분류체계도 갖춰졌다.

현재 헌옷은 130종으로 나뉘어 분류된다.

반팔티셔츠도 하나로 분류되는 게 아니라 라운드티셔츠, 성별, 사이즈 등에 따라 세분류되는 것이다.
 
특히 흥미있는 점은 헌옷도 브랜드가 있다는 점이다.

옷 자체적으로 새겨진 브랜드가 아니라, 익산의 아시아산업은 Asia, 나눔환경은 NK등 헌옷을 수거해 수출하는 업체의 브랜드를 뜻한다.

헌옷을 수거해 분류별로 잘 선별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신뢰가 높고, 그렇지 않을 경우 반품 등 불만이 터져 나온다고 한다.

정 회장은 "헌옷은 필요한 것으로 내보내지 못하면 소각을 해야 하는 등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수출을 할 경우 자원의 재활용이 되고, 가난한 나라에게는 굉장히 큰 힘이 된다"고 헌옷 재활용과 수출의 의미를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그야말로 중계 무역의 거점이다.

이곳을 통해 헌옷들은 자신들을 정말로 필요로 하는 곳으로 팔려나간다. 경제 수준이 열악한 캄보디아는 헌옷을 꾸준히 필요로 하는 곳이다.

<전주=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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