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함께 걸었던 세상에서 가장 눈물겹고 따뜻한, 내 유년의 길을 따라…

“요즘도 나는 어머니가 미치도록 그리울 때는 어머니가 살아생전 장사 다니시던 그 황톳길을 찾아 걷고 또 걷는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 길을 ‘어머니의 실크로드’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책은 휴전선 155마일을 민간인 최초로 사진으로 기록한 최병관 사진작가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포토 에세이다.

<'어머니의 실크로드' 표지>
사진작가 최병관이 태어나고 살아온 고향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산뒤마을 101번지로, 수인선 협궤열차가 하루에 세 번, 시내를 오가는 버스가 하루에 고작 세 번을 오가는 깡촌마을이었다.

보자기로 둘둘 만 책 보따리를 어깨에 둘러메고 흙먼지 날리는 황톳길과 철길 따라서 초등학교를 한 시간 가까이 걸어 다녀야 했던 그 길은 그와 고향 사람들이 오래오래 걸어온 길이었다.

그리움과 아픔이 함께하는 이 길을 ‘어머니의 실크로드’라고 이름 붙인 후, 그는 사진으로 추억 속의 소래포구와 고향마을, 그리고 어머니를 되살려냈다.

모진 삶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늘 당당하게 살아오신 어머니,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당신을 선뜻 모셔가기를 주저했던 못난 자식들에게 끝까지 사랑을 버리지 않으셨던 어머니, 힘겹게 할딱거리며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죽어서도 자식 잘되게 해주겠다던 내 어머니…….

“내가 죽으면 까치가 되어 네가 사는 집 창문 앞에 와서 울 것이다. 그 까치가 어미인줄 알고 창문을 열어놓아라.”
늘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의 그토록 큰 사랑을 쉽게 잊어버렸던 지난날들이 서럽고 죄스럽기만 하다. 어머니는 지금 차디찬 땅 속에서 무얼 하고 계실까?

어머니와 꿈속에서라도 다시 한 번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사진 찍어 언제 돈 벌어올 거냐는 야단을 들을 수만 있다면…….
어머니가 너무나 보고 싶어 오늘도 나는 카메라를 챙겨 어머니의 실크로드를 찾아 나선다.

- 여는 글 중에서

소래에서 시흥시 포동으로 이어진 유일한 다리를 나는 ‘어머니의 다리’로 부르고 있다. 어머니는 일곱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가녀린 목으로 무겁고 큰 바구니를 힘겹게 지탱하며 걷고 또 걸으며 다리를 건너다니셨다.

오랜 세월 어머니가 장사 다니시던, 삶의 고단함과 애절함이 녹아 있는 그 다리를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저려온다. 보온이 잘된다는 값비싼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도 차가운 겨울바닷바람이 스며들어 추울 때가 있다.

그런데 가난한 시절의 겨울바람은 더 차갑게 옷깃을 여미게 했을 텐데, 부실하게 차려입은 어머니의 가슴으로 매몰차게 스며들었을 겨울바람을 어떻게 이겨내셨을까. -14〜15p

나는 어머니와 소래역에서 첫 기차를 타고 송도역에 내렸다. 오늘은 장사를 하기 위해 가시는 것이 아니다. 옥련동에 사는 어머니의 친정 아주머니뻘 되는 분을 만나러 가시는 길이다.

기차에서 내리니 아침햇살이 어머니에게 곱게 내려앉았다. 걸음이 예전처럼 힘차 보이지 않는다. 나는 멀어져가는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언젠가는 이별을 할 수밖에 없는 그날이 다가올 거라는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려 더 이상 셔터를 누를 수가 없었다.-196p<강희자 기자>

<사라진 소중한 것들에 바치는 추억의 포토 에세이>
⦁출간일: 2014년 1월 6일 ⦁가격: 30,000원
⦁쪽수: 264쪽 ⦁판형: 크라운판변형 ⦁제본: 양장
⦁분야: 국내문학(비소설/포토에세이)
⦁ISBN 978-89-460-4807-2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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