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은 일찍이 1802년에 기예론(技藝論)에서 국가발전을 위한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나라가 부유해지고 백성이 넉넉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선진국의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많은 노동과 자본을 투입하는 ‘요소투입형’ 성장전략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두어 왔다. 그 결과 2013년에는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사상 최대 수출, 최대 무역흑자의 ‘무역 삼관왕’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성과 속에서, 우리 산업의 성장잠재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지속되고 있고 중국의 추격은 가속화되고 있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지만, 우리의 노동·자본 투입형 성장전략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지난 11년간 중국의 세계 수출 1위 품목 수는 698개에서 1431개로 2배 이상, 세계시장 점유율은 4%에서 12%로 3배 이상 증가한 반면, 우리나라의 1위 품목 수는 87개에서 61개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에 더해, 중국은 지난 3월, 시진핑 집권기간 중에 첨단 분야에서도 우리를 추월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상황이라,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과 중국 사이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정부는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창조경제를 추진하고 있다. 창조경제란 창의성을 핵심가치로 삼고, 산업과 신기술·ICT·문화 등을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요소투입형 성장전략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기술을 앞세우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일대 전환됨을 의미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방법을 민간전문가 500여 명과 6개월 동안 고민한 끝에, 우리 산업의 엔진 역할을 수행할 ‘창조경제 산업엔진 프로젝트’ 후보 15개를 발굴하였다.
 
산업간 융합을 통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자율주행 자동차, 첨단산업용 비철금속 소재(Ti), 동북아 오일허브, 직류 송배전 시스템 등의 과제이다.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고 민간기업이 독자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투자하여 민간의 후속투자를 유도할 것이다.

특히 우리가 비교우위에 있는 제조업에 신기술·ICT 등을 융합, 고부가가치 산업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기예론에서 또 하나 강조하는 점은, 새로운 기술은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노력해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파급효과가 커진 지금 더욱 유효한 말이다.

이에 산업엔진 프로젝트는 최대 10년 동안 장기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대·중소기업 협력을 통한 산업생태계 체질 개선에도 역점을 둘 것이다. 대기업이 중소 협력업체의 혁신을 지원하고 대기업의 제품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과제를 예로 들면, 레이더, SW 등 핵심기술과 부품은 중소기업 위주로 개발하되, 수요업체인 대기업을 참여시켜 공급처를 확보할 것이다.

우리 경제는 과거 보다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프랑스는 지난 9월 차세대 통신네트워크, 나노 등 미래 신산업 34개를 발표했는데, 신산업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제조업 강국인 한국을 벤치마킹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50여 년 전인 1960년만 해도 GDP가 우리의 16배가 넘었던 전통의 강국 프랑스가 이제는 우리를 벤치마킹한다고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끝없는 경쟁사회에서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산업부의 산업엔진 프로젝트는 경제가 재도약하고 창조경제가 구현되도록 하는 초석이다. 이 프로젝트는 민간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적극적인 투자가 없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아 우리 산업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노력하여야 산업엔진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2014.01.07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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