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고령자 고용과 관련 노동시장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2016년부터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자의 평균 정년은 57.4세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고령층부가조사에 따르면 고령자의 고용률은 55~59세 70.4%, 60~64세 59.4%, 65세 이상 38.3%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고용률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자영업자 등 비임금 근로자보다는 임금 근로자 중에서 상용 근로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이 당초 법의 취지대로 보다 많은 고령 근로자의 고용을 안정화시키고 청년일자리 잠식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법에는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장은 사업장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필자가 위원장으로 있던 노사정위원회의 세대 간 상생위원회의 공익위원들은 2013년 3월 18일 정년 연장 시 ‘개별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조정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리나라의 임금은 학력, 연령, 직장 내에서의 근무 연수에 따라 올라가는 연공급이다.

과거 경제발전의 초기 단계에서는 연령이나 경험이 근로자의 인적자산이나 조직 성과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으나 급속한 환경 변화, 시장의 글로벌화 시대에서는 역량이나 성과가 보상을 결정하는 보다 중요한 준거가 된다.

연령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급은 오히려 고령 근로자뿐 아니라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안정도 위협하고 있다.

40대에서 권고사직으로 직장을 떠나는 사례가 많아 사규에 의한 정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년 전에 직장을 떠나는 40, 50대를 지칭하는 사오정세대라는 용어가 일반화된 것이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한 이유는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는 고령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처우가 좋은 직장의 근로자이기 때문이다.

고용보험 자료에 따르면 50대 초반부터는 비자발적 고용보험 자격 상실자가 자발적 상실자보다 많은데, 55~59세 연령층의 상실자 중 정년 때문에 자격을 상실한 경우는 6%에 불과하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을 연장하는 경우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몇 년 전에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장관은 임금피크제를 수반하는 정년 연장도 반대한 적이 있는데, 정년 연장과 청년실업은 상충된다는 취지에서였다. 실제로 그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정년을 연장한 공기업이 불이익을 받았다.

우리보다 20년 이상 일찍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이 10년 먼저인 2006년부터 65세로 정년을 늘리는 법을 제정하면서 노동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정년 연장의 대상이 되는 많은 사업장에서 역량에 의해 보상하는 직능급이나 하는 직무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직무급이 상당히 확립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임금피크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면서 현재의 연공급을 역량이나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임금체계로 바꿔야만 정년 연장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장년인턴사업, 사회공헌일자리, 사회적기업 창업 등 정부의 장년일자리사업을 확대하고 고령자 적합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들은 직무설계, 채용, 교육, 보상 및 퇴직 등 인적자원관리 전반에 걸쳐 고령자 친화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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