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관련법규 완화 추진-관할 중구청 행정단속 '미온적'

수려한 서울의 남산자락 한옥마을 1종 주거지역이 일부 인쇄업자와 현지 주민간 환경분쟁으로 치달으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중구 필동 한옥마을 인근은 노폭 5,6m 남짓한 도로 양쪽으로 들어선 인쇄소 앞에 지게차와 개조한 오토바이(속칭 삼발이)들이 종이등 인쇄 자재를 후송하며 밤낮으로 때아닌 장사진을 연출한다.

더욱이 현지 주민들은 인쇄기계에 대한 소음-진동,악취 분진관련 법규정이 완화돼 더 이상 일부 인쇄소를 행정단속할 납득할만한 설득력과 명분이 퇴색됐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남산 한옥마을과 이웃한 필동 부근에 인쇄소들이 시나브로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께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을지로 일대 인쇄업소들은 현지 세운상가 녹지축 조성계획에 따라 상대적으로 토지지가가 저렴하면서도 관련 업체들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필동 일대로 이주했다.

이후 2003년 2,518개였던 을지로 일대 인쇄소 중 약 450군데가 폐업신고를 한 반면, 이 가운데 300여 개가 필동 1종 주거지역으로 옮겨와 사실상의 '인쇄단지'를 형성했다.

인쇄소로 인한 소음 공해 분진 등 필동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환경부가 인쇄기계 관련 법개정을 추진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과 필동경제인협의회의 관계자는 "1980년대부터 인쇄기기가 다색화 자동화되면서 가동에 필요한 동력이 개선된 만큼 지난 70년대의 독소조항을 적용해 상당수 인쇄인들은 경영악화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앞서 '인쇄기계의 성능 향상으로 장비가 대형화됐어도 소음 수치는 과거보다 오히려 높은데다 출력 50마력 미만으로 한정짓는 현 기준은 비현실적'이라는 인쇄업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100마력 미만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 법제처에 검토를 의뢰했다.

필동 주민들이 관련 법규 개정을 극구 반대하는 것은 '소음 기준 이외 다른 특별부문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중구청측의 해석 때문이다.

이는 1급 주택지인 남산자락에 대해 일부 인쇄소의 확대추진과는 도심 산업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 사이에서는 '소음규정마저 완화 될 경우 인쇄소 확산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조성되며 화근으로 번졌다.

일반 주거지역으로 구분된 필동 인근에 다수의 인쇄공장이 들어설 때까지 중구청이 단속을 나가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면적 500㎡ 미만, 소음-진동 배출시설(인쇄기기) 출력 50마력 미만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 건축법상 일반주거지역 내 입주 가능한 근린생활시설 기준에서 벗어난 40여 개의 인쇄소에 지난 2011년 말 단속 안내장을 발송했다"면서도 "인쇄업자들이 규정 적용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해와 환경부 답변이 올 때까지 단속을 보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 환경부의 답변을 받은 후 중구청은 5월 중 전수조사를 거쳐 위반업소를 단속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했지만, 마찬가지로 인쇄업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있는 실정이다.

필동주민비상대책위원회의 관계자는 "주민들 사이에서 인쇄업자들과 중구청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라며 "법 개정안을 철회하고 필동 일대에 종합적인 환경조사를 거친 후 위반업소들은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필동에서 인쇄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박 모 씨는 "세수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업체들이 중구를 떠나길 원치 않았던 중구청이 주거 지역인 필동으로 이전을 유도해 공장등록까지 내 줬다"며 "일부 주민들의 민원만 듣고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법으로 단속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해당 구청에서는 "관련사안과 같이 세수 운운한 것은 '사실무근'으로, 일정기간 요식을 거쳐 판단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시사했다.

이와달리, 주민들은 관계기관에서 소음측정 조사가 나오면, 인쇄업자들은 평소 속도 15,000보다 절반에 해당하는 속도로 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익명의 한 주민은 "인쇄를 하지 않고 빈 종이만 출력하면서 전문지식 없는 조사관을 상대로 사실상의 눈속임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와관련, 환경부의 관계자는 "인쇄업체의 소음진동을 다시 조사하고 문제가 없을 시 개정법안을 고시할 예정"이라고 전제한 뒤 "앞으로 1년간 환경부와 중구청이 함께 면밀히 모니터링을 실시후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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