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쓰레기 더미 상당량 널부러져 '눈총'

<서울 은마아파트 단지내 흉물스레 야외에 적치된 각종 생활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방치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생활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취재=인터넷언론인연대 TF팀/편집=권병창 기자] 1979년 8월,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 아파트가 입주자간 이견의 폭을 좁히지 못한채 일부 지하공간은 흉물로 전락되는 등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더욱이 과거 직장인들의 로망이던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소재 은마아파트의 쾌적한 삶의 주거는 아예 퇴색된채 쓰레기 매립장을 방불,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

거대한 생활쓰레기가 사실상 무단방치된 듯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어 현지 실태를 재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과연 ‘은마아파트’의 40년 묵은 쓰레기 처리를 둘러싼 40년전 타임머신은 해당 사업의 발목을 붙잡을까?

갈색으로 녹이 슨 오래된 구식 냉장고는 흉칙스런 먼지와 빗물에 젖어 아수라장을 연상케 한다. 
오염된 종이포대와 철사류, 정체불명의 비닐 틈바구니로 보이는 누군가의 일상에 도움을 주었던 생활쓰레기들은 잦은 비에 젖어 무상함을 엿볼 수 있다.

만져보고 싶지도 않은 오래된 냉장고 주변에는 침대 매트리스 등 가구와 부서진 가전제품, 옷가지 등이 눈에 들어온다.

쓰레기 더미는 서울 강남의 한복판, 한 시대를 풍미(?)한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40년간 쌓여 왔던 것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 오전 8시 토요일 이른 시간이었지만, 은마아파트 9동 지상 주차장 한가운데에는 지하실에서 꺼내온 쓰레기 더미로 널부러져 있다. 

악취는 일부 언론 보도처럼 심하지는 않았지만, 물기에 젖어 썩는 냄새는 코를 진동했다. 

현장에 있던 수거업체 관계자는 쓰레기는 일반 용달차와 3~4명의 근로자가 1개조로 편성된 3개조가 실어 나르고 있다는 귀띔이다. 

2014년 아파트관리사무소가 추산했다는 쓰레기의 양은 2,300t 가량이었다는 후문이다. 
또 이를 근거로 아파트 반상회와 관련, 수거업체가 계약을 맺고 청소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 노동자 더 열심히 일하고 있어”

쓰레기를 모아둔 9동 앞 주차장에는 용달 3대가 지하실 쓰레기를 모아두기 위해 모여들었다. 

현장에 있는 수거업체 관계자는 “지하실 쓰레기들이 물에 젖고 운반하기 힘들어서 한국 인부들은 불평이 많다. 근데 외국 인부들은 잘 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날 수거 조 중 한 팀은 러시아 혹은 중앙아시아계 인부들로만 구성돼 있었다. 
조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한국말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없었다. 

사안을 첫 보도한 언론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힘들다고 도망갔다’는 기사 내용과는 좀 다르게 보였다.  

아파트 지하 1층, 경비원과 청소부의 열악한 휴식공간으로 보이는 곳을 중간으로 지하 창고가 두 군데가 존재했다. 

동에 따라 창고가 하나 존재하는 곳도 있다. 
'인터넷언론인연대 취재본부 TF팀'이 한 동 지하실을 확인할 때 같이 동행했던 경비원은 “지하실에는 쓰레기가 많은 곳도 있지만, 거의 없는 곳도 있다”고 했다. 

당시 확인했던 대부분의 지하실은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쓰레기가 엄청나게 쌓여 있지는 않았다.       

<빗물이 수며된 일부 지하 공간의 모습>

쓰레기 처리비용 3억5,000만원(?)

강남 재건축에서 가장 ‘핫’하다는 은마아파트에서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사실 지하실에 쌓여 있는 쓰레기는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녹슨 배수관을 통해 새어져 나오는 물에 젖은 지하실 쓰레기 때문에 생기는 악취와 벌레 등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이미 2018년 주민들은 각 동 대표를 통해 ‘지하실 청소’를 요구했었다. 하지만 요구는 비용문제로 거부당했다.

3년 전 비용문제로 거부당했던 안건이 올해 동대표자회의에서는 동대표 과반수가 지하실 쓰레기 수거에 동의하면서 통과됐고, 지난달 29일부터 처리작업이 진행됐다. 

쓰레기 처리 비용은 추산된 2300t을 근거로 약 3억5000만원이 책정이 됐다. 
한 언론 보도에서는 아파트 측이 주민들의 동의가 뒷받침되면 아파트가 보유한 각종 잡수입금과 장기수선 충당금 등으로 측정된 비용을 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억대 쓰레기 비용은 ‘반상회’ 행사 비용을 메우기 위한 것(?)”

주민 간의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은마아파트 입주민 중 이번 계약에 대해 의문을 품는 입주민들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런 갈등은 지난 9일 열린 ‘은마아파트 재건축설명회’자리에서도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당시 설명회에 참석한 은마아파트 소유자는 “지하 쓰레기 처리 비용이 과다하게 책정된 것 같다”며 “재정비 사업 과정 중 벌어지는 비리 유형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고 설명회 강사로 참여한 도시 정비 전문가 김상윤 대표는 “생활쓰레기 2300톤이 나왔고 입대의 쪽에서 3억 5천 계약을 했다는 얘기인데, 산정근거를 업체에 맡겼다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쓰레기 처리비용이 3억5천으로 늘어난 배경에 대해 ‘은마반상회’가 주민설명회 등 행사에 사용한 비용을 메우기 위해 현재 계약한 쓰레기 처리 업체와 UP계약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 소속 한 조합원은 ‘지난 구청 선임 선관위를 통해 단독입후보하고 현 추진위원장을 해임하려는 ‘은마반상회’ 측 후보와 입주자대표회의가 결탁한 거 같다‘면서 ‘현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바로 은마반상회 측 후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직접 다른 쓰레기 처리 업체에 견적을 내봤다는 한 입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은마아파트 단지 두 동을 합쳤을 때 쓰레기 분량 1.5t으로 보인다. 

2t일 때 폐기비용이 30~40만 원 선이고 인건비는 남자 3~4명으로 했을 때 35만원~45만 원 정도, 전체로 했을 때는 (두 동 합쳐서) 80여만 원 정도 된다”고 다른 업체 문의결과에 대해 말했다.

또 두 동에 1.5t으로 추정한 근거에 대해 “대여섯 군데 동을 둘러보고 전체 동을 추산해서 두 동 합쳐서 1.5t으로 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만약 은마 아파트에 폐기물분량을 2500t 잡고 (비용의) 50%를 인건비로 잡게 되면, 전체비용은 5천~7천만원 사이가 적정금액이라 하겠다”고 추정했다.   

‘쓰레기 비리 의혹’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다른 주민은 “(책정된 3억5천만원) 이 비용들은 주민들 재산인데, ‘생활쓰레기’비리라고 해야 하나. 은마는 이게 시작인거고 앞으로 재건축 추진되는데 여러 가지 발생할 수 있는 비리의 시작이라고 보는거다”면서 “눈으로 보는 것도 이럴진대, 이 부분들을 팩트체크해서 작은 비리부터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고철은 따로 분리해서 가져갔다. 리사이클 하는 차량은 그거대로 실어가고 그러고나면 쓰레기량은 더 줄어든다. 그러니 3억5천의 비용이 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은마아파트 고순영 입주민 감사는 ‘쓰레기 비리 의혹’ 논란에 대해 “쓰레기를 어디다 버리냐고 쓰레기 폐기업체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버리는 장소 따로 있다’그래서 ‘장소를 알려달라’ 하니 ‘말 못하겠다’하더라 그래서 ‘강남구청에 신고했나’물었다. 

그러니 ‘신고했다’더라 그래서 월요일에 강남구청 가서 확인할 생각이다”면서 “톤 수 등 신고한 내용을 확인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 현재 논란이 있는 2300t으로 추산한 톤수에 대해 “톤수는 확인 안 해봤다. 
지금 톤수에 대해 관심이 많다. 확인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절차적으로 일 처리를 했느냐를 보는 거고, 두 번째는 계약을 제대로 했느냐를 봐야 하는 거다”고 말했다.

고 감사는 계약자 측에서 1차 계약 때와 2차 계약 때 모두 똑같이 현재 작업을 진행 중인 E 업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차 때 계약 단가는 5,700만원이었지만 채택하지 않았으면서 두 번째 계약을 다시 처음 업체랑 하면서 단가도 늘리고 양도 늘렸다고 설명하면서 “이점은 이해가 안 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취재진과 관리소 담당자가 지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재건축추진위원장’이 기득권을 위해 ‘반상회’를 음해(?)
 
현재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 비리의 주범이라고 추정하는 은마반상회 측에 속해있는 주민들은 이런 의혹을 부정하고 있다. 

이들은 지하실 쓰레기 처리 주역은 자신들이 아닌 28대 동대표 회장단 그리고 당시 동대표들이라며 지금은 은마아파트소유자협회(은소협)까지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가세하여 자신들을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상회 측 한 주민은 “소각폐기물(비닐, 소파가죽, 방석, 매트, 인조잔디, 수지류, 코팅장등)은 잘 가져가지 않아서 얼마 전 톤당 24만원 하던 것이 파주현장에서 톤당 37만원에 처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2300톤 3억5천만 원에 한 것은 싸게 한편이며 분리하여 세밀하게 처리할 경우에만 가능한 비용”이라고 반대 측 의혹을 반박했다.
  
'인터넷언론인연대 취재본부 TF팀'은 반상회측의 A대표에게 제기 되는 의혹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A대표는 ‘은마반상회’가 주민설명회 등의 비용충당을 위해 이번 사건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에 관해 재건축조합추진위원회 이정돈 추진위원장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반상회와 자신을 비리의 주체로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A 대표는 “이 계약을 한 주체는 입주자 대표회의고, 공론화는 반상회가 시킨 것이 맞다”면서 “의혹을 제기하는 (재건축조합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 이정돈 씨가 2372톤이라고 (먼저) 한 것이고 그 대장을 작성한 것도 이정돈 씨다. 

그 사람들이 말한 비용은 15억 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의혹을 일부러 제기한 이유는 아파트 자체에서 재건축 추진위와 입대위는 구분된 것인데, 10년간 지금 재건축 조합장인 이정돈 씨가 둘 다 장악했었다.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입대의랑 다 바뀌었고 (추진위에) 이정돈 씨 혼자 남은 것이다. 어떻게든 (쓰레기 처리) 이것을 비리로 몰고 가서 (반상회 측 단독 추진위원장 후보 최정희를) 흠집 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장의 근거로 은마아파트 전체 4,424세대 중 절반 가까운 2,100세대에서 작성한 이 추진위원장 해임 서면과 지난 9일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에서 주최한 2021년 제2차 주민총회가 성원미달로 무산된 것을 언급했다.  

1,2차 계약을 같은 업자에게 시켰고 1차 계약 작성 시는 5,700만 원이었는데 이번에는 단가와 양이 왜 이렇게 늘어났냐는 질문에 대해 A 대표는 “처음 계약 당시는 업체에서도 전체 견적을 모르겠다고 하니, 트럭 한 대당 얼마라고 했다. 

계약금 5,700만원에 트럭댓수로 하자고 해서 총 2억까지만 (얼마니 치울 수 있는지) 시범실시를 해보자 이렇게 계약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서 “그런데 일괄계약이 아닌 톤당으로 하면서 (주민들) 분란이 일어났었다. 아예 업체도 안하겠다고 나갔다. 

그래서 다시 안건을 올려서 일괄 계약을 하자고 했다. 그래서 3억5천에 어떻게든 하자고 해서 다시 올려서 입찰하려 했는데 아무도 입찰을 안 들어와 기존 입찰을 받았던 업체에 시켰다”고 해명했다.     

A 대표는 인터뷰 마지막에 격앙된 목소리로 “반상회가 해명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 
지하실 쓰레기 청소는 관리실에서 진행중인 사업이며, 쓰레기 청소비 2억을 빼돌려 총회비용을 쓴다는 것이 사실이면 고소하겠다”고 말하며 “(이번 의혹은) 자기들이 그냥 어떻게든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2,300톤 지하창고 쓰레기 문제는 경찰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는데 힘이 실린다.

실제 한편 O환경은 10일 기준 현장확인을 통한 견적서를 제출했다. 
견적내용에는 “11동을 제외한 나머지 동은 폐기량이 상이함”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O환경은 △총폐기량 2톤~2.5톤 △킬로그램당 250원에 500,000~525,000원 △인력비(한 동 기준) 4명 *150,000원으로 총 600,000원 △회사 이윤 총금액의 10%로 따져, 11동 처리비용을 1,210,000~1,347,500원으로 추산했다. 

은마아파트는 28개동 4424가구 규모다. 27개동 지하실에 쌓인 쓰레기양이 11개동 견적과 비슷하다면 28개 동 총 쓰레기의 양은 56t~70t, 처리비용은  3,388만원~3,773만원에 불과하다.

재정비 사업 관계자는 "쓰레기 문제는 결국 아파트 관리회사의 관리 감독에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고 전제한 뒤,"입찰과정 등이 투명해 보이지 않아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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