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터널·지하도 4,371개 중 3,173개서 FM라디오 ‘수신 불량’

중계기 설치 지원 사업은 4년째 중단…‘재난상황 깜깜이’ 방치 우려

[국회=권병창 기자] 전국의 터널·지하도 10곳 중 7곳 이상은 재난방송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재난방송 수신 환경이 열악한데도, 정부의 중계기 설치 지원 사업은 2016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구 갑)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재난방송 수신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터널 4,371개(도로‧철도‧지하철, 지하도 포함) 중 72.6%인 3,173개의 FM라디오 수신 상태가 불량했다.

도로 터널 2,716개 중 2,088개(76.9%), 철도 터널 685개 중 661개(96.5%), 지하철 970개 중 424개(43.7%)가 ‘수신 불량’ 판정을 받았다.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도로터널의 수신불량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충남(96%)과 인천(91%)이었다. 울산(18%)과 서울(19%)의 도로는 수신불량율이 가장 낮은 편에 속했다.

지하철의 경우 수도권 경강선(11개 중 11개)과 의정부선(15개 중 15개), 부산 2호선(43개 중 43개)의 수신불량률이 100%였다.

반면에 부산 4호선(14개 중 0개), 대구 1‧2호선(32‧29개 중 0개), 광주 1호선(20개 중 0개)은 수신 불량 시설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통위는 2015년부터 2년 마다 전국의 도로‧철도 터널‧지하도, 지하철 대합실의 재난방송(FM라디오, DMB) 수신 상태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FM 라디오 수신불량률은 2015년 87.6%에서 2019년 72.6%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DMB 수신불량률은 2015년 83.5%, 2017년 80.7%, 2019년 64.3%였다.

방통위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2년 간 11억원을 들여 61개 터널에 112대 중계기 설치를 지원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는 예산 부족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그 사이 전국 터널‧지하도는 2015년 3,026개에서 2019년 4,371개로 늘었다.

조승래 의원은 “작년 여름 대전 동구 지하차도 사망 사고,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망사고 등 터널, 지하 구조물에서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의원은 “그런데도 여전히 재난방송 수신환경이 열악하고 개선, 지원 대책도 미흡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재난 대비, 안전 강화를 위해서는 모든 곳에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 사항과 예산 확보 방안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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