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아웃도어 업체 홍보관 둔갑
20억 원 상당 라퓨마로 부터 제공받아
홍영표의원,‘기업후원 내역’ 조사결과


국립공원내 제한된 대피소와 자연학습장에 아웃도어 기업 광고가 버젓이 나붙은 데다 홍보관으로 전락해 물의를 빚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김성순) 소속 홍영표 의원은 환경부 예산 편성의 부적절한 행태를 지적, 효율적인 개선안을 촉구했다.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녹생성장 체험관 홍보예산’과 홍영표 의원이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기업후원 내역’을 분석, 이같이 지적했다.

홍 의원이 제출받은 ‘2010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기업후원 내역’을 살펴보면 전체 1,630억 세입 예산중 19억 원을 기업의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기업 후원액의 절반인 10억원을 등산복 업체인 라퓨마(Lafuma)에서 제공받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어청수)에 따르면, 라퓨마와의 업무협약에 따라 3년 동안 현금 14억 원과 현물(등산복 등) 6억 원 등 총 20억 원 규모의 후원을 받기로 했다.



이 협약으로 공단은 라퓨마 측에 3년간 안내 표지판 100개, 현수막 50개, 탐방지원센터 배너 50개, 대피소 패널 15개, 공원 운행차량 로고 50개에 기업광고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라퓨마 광고가 게재된 대피소는 설악산의 양폭과 지리산 노고단을 포함해 북한산 송추에는 에어거 보드를, 덕유산 자연학습장과 내장산 내장사에는 안내표지판에 게시했다.

또한, 계룡산 동학사 인근에는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한려해상 금산지구에는 수목 표찰에 함께 기업체 상호를 올렸다.

세부적인 내역은 신한은행이 공단에 6억 원을 후원한데다 롯데칠성음료는 오는 2012년 2월 29일까지 2년간 3억 원, Bistra는 오는 2013년 7월 31일까지 3년간에 걸쳐 2억 8천만 원을 후원키로 했다.

문제는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수 많은 탐방객들과 시민단체가 국립공원 대피소 및 안내 표지판의 과도한 기업홍보에 대해 잇단 민원을 제기하며 화근이 됐다.

공단이 대피소와 표지판을 기업의 광고판으로 전락시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공단의 열악한 재정상태 때문으로 알려진다.

실제 2010년 라퓨마로부터 후원받는 10억 원 중 6억 원은 직원들의 피복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등산복을 현물로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 관계자는 “바우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어진 협력사업은 기업 후원을 통해 장애인 노약자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약자에게 생태체험 프로그램 등의 참여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홍영표 의원은 “공단이 기업의 홍보관으로 전락한 현실도 안타깝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공단의 현실이 더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홍 의원은 “연 4,200만 명이 방문하는 국립공원은 연간 10억 원의 후원을 받고, 기업의 광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거시적 안목의 대책을 기대했다.

그는 “공단 직원들의 등산복 등을 구매해 준다면 국민의 대분분이 이용하는 국립공원을 일부 기업의 홍보관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환경부는 공익적 공간인 국립공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예산배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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