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북에서 3차례 채집기록만이 유일

강원도 고성 하늘을 도도하게 비행하는 '수염수리'의 위용
세계적 희귀종인 '수염수리'가 한반도 하늘에서 95년 만에 관찰돼 조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관장 이상팔)은 5일 1910년대 북한의 함경남도와 강원도에서 3회 채집된 기록 이후 관찰되지 않았던 수염수리(학명 Gypaetus barbatus, 영명 Beared Vulture) 1마리를 지난 27일 강원도 고성에서 발견했다.

'수염수리'는 몸길이가 약 110cm로 양 날개를 편 길이가 260cm에 달하며, 부리 끝부분에 검은색의 수염이 있고, 쐐기 모양의 꼬리가 특징인 대형 맹금(猛禽)류다. 

분포 지역 중 20세기 초에 자취를 감추었던 유럽의 알프스 지역에서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해당지역 국가들이 참여한 종복원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중으로 국제적으로도 관심이 높은 종이다.

먹이는 죽은 동물의 고기와 뼈를 먹고 살며, 특히 큰 뼈를 먹을 때 공중으로 가지고 올라간 후 바위에 떨어뜨려 깨진 뼈의 골수를 먹는 습성이 있다.

이번에 관찰된 '수염수리'는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실시하는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의 수행 과정에서 강원도 고성지역의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충남발전연구원의 정옥식박사 연구팀에 의해 확인됐다.

 
수염수리는 1912년 북한 함경도, 1917년과 1918년 강원도에서 단 3회의 채집기록만이 남아있을 뿐 한반도에서는 95년 만에 관찰된 희귀종이다.

수염수리의 관찰은 주로 중앙아시아, 남시베리아, 서유럽의 높은 산악지역에 서식하는 이 종의 분포 지역에서 멀리 벗어난 것으로 매우 이례적이며 학술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올 겨울 동아시아 지역에서 지속된 한파로 인해 정상적인 월동 범위를 넘어 우리나라까지 남하한 것으로 추측된다.

국립생물자원관의 한상훈 과장은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와 ‘철새 도래실태 연구’ 등 조류의 분포와 이동 생태연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며, 조류의 분포 변화와 국가 간을 이동하는 철새의 이동경로를 밝히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철새를 포함한 우리나라 생물자원연구의 중심기관으로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우리의 소중한 생물자원을 보전하는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병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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