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기 전장관, '중국관계 20년' 글모음집 출간

유교문화와 전통이 깃든 한-중 양국간 협력은 그 역사를 가늠조차 버거운 오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웃 중국과의 가장 가깝고도 먼 이웃 국가지만 양국간의 정서적 교류는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

이에 한중친선협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한 시대를 풍미한 이세기협회 회장을 만나 지속가능한 개선방안과 통일조국의 미래를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이세기 한중친선협회 회장이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아 자아를 반추해 본 '이세기의 중국관계 20년'을 회고한 글모음집을 출간했다.

이 회장은 국토통일원 장관이던 1985년 인도네시아 반둥회의에서 우쉐첸 중국 외상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수 많은 중국 지도자들과 격의없는 교감을 나눴다.

이세기 회장은 회고록에서 중국 최고 지도자인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시진핑 부주석, 원자바오총리와의 만남과 교류 이야기, 인물평을 자세히 소개했다.

경기도 개성에서 태어난 이 회장은 부산 동아고등학교를 나와 고려대학교 정치학과에 다닐때부터 중국을 공부하고, 오랜동안 중국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오면서 체험한 일과 자료를 집대성 했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 현장에서 태어나 이산의 아픔과 전쟁의 쓰라림을 몸으로 체험한 그는 어떤 운명처럼 통일 성업에 몸바쳐야 한다는 철학을 간직한다.

지나 온 그의 삶의 역정에는 늘 '통일'과 '중국'이라는 숙명이 맴돌았다는 고백이다.

청년시절 한때 통일의 염원을 안고 몸을 던져 민족과 민주통일의 성업에 나서고자 했던 점도 맥락을 같이한다.

고려대학교 재학때 4.18의거 당시 선봉에 선후 학생 통일운동의 깃발을 든 것이 바로 그것이다.대학원 시절에는 '마오쩌둥 사상'의 저자인 김상협 교수로부터 '중국정치론'을 배웠다.

학위 논문은 '스탈린 마오쩌둥 간의 갈등과 한국전쟁' 이었다.

4반세기 남짓 정치활동 과정에서도 그의 관심은 오로지 ‘통일’과 ‘중국’으로 이어졌다. 1985년 국토통일원 장관때 남북한간의 체제경쟁을 넘어 남북화해 협력의 물꼬를 트고자하며 화해 무드를 형성했다.

국회에서는 주로 외무통일위원회에서 의정활동에 주력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부터는 많은 중국측 인사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주로 의원외교 차원의 친선 활동을 전개했다.

그 때부터 그의 활동무대는 국회에서 ‘한중친선협회’로 바뀌었고, 지역구는 성동구에서 광활한 중국으로 시선이 쏠렸다.

한중친선협회를 이끌면서 평소 중국에 대한 생각과 구상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자 행운이었다고 평했다.

'중국을 올바로 알고 중국과 올바로 협력하자'는 모토아래 한국과 중국이 우호적인 친선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했다는 자부심에 만족해 한다.

각종 의원외교와 민간외교 과정에서 그는 후진타오 주석과 시진핑 부주석 등 중국의 영도들을 비롯 상당수 중국 친구들을 사귀게 됐다.

이는 한중친선협회의 원만한 활동은 물론 때로 한중 양국정부가 풀기 어려운 민감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돼 주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거나 진출한 기업들의 애로를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이런 그의 활동에 중국의 유력일간 ‘인민일보’는 '한국 최고의 중국통'이라는 평가를 해주었다.

대련시와 하얼빈시, 그리고 칭다오시는 그에게 '명예시민증'을 주었다. 중국을 공부하고 중국과의 우호친선을 위해 노력해온 그로서는 큰 영광이자 보람이 아닐 수 없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나아가 미래에도 우리가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이웃사촌으로 가치를 부여한다.
살아가면서 친구는 바꿀 수 있어도 이웃은 바꿀 수 없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 특히 우리의 소원은 남북통일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G2로 부상한 중국의 이해와 협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것이다.

사실 우리의 역량으로 중국을 다루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우리는 중국을 더 잘 알아야 하고, 결정적 시기에 중국이 적극 협력해 줄 수 있도록 친선외교와 민간차원의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세기 회장은 이번 책을 통해 두 가지를 어필하고 있다.

먼저 모든 인간관계뿐 아니라 국가간의 관계에서도 상호신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진정성을 갖고 대한다면 갈등과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속내이다.

관계문화가 지배하는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조언한다.
다른 하나는 급변하고 있는 작금의 지구촌과 중국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부와 권력이 미국과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무대에는 이제 중국이 자리잡고 있다.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이미 과거의 중국이 아니라는 지배적인 설명이다.

중국을 모르고는 세계를 이해할 수 없는 중국의 번영시대를 이 회장은 예감하고 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의 양대 국가과제인 경제발전과 남북통일의 길에서 중국이 협력하는 친구로 다가오지 않고 적으로 다가올 경우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본다.

당면한 북핵 및 북한문제를 해결하고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과 협력해 북한의 변화를 견인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도 아직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담론만 무성할 뿐, 정책과 실제에서는 현재의 중국을 과거의 중국으로 보고,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그러나 한중 관계는 아직 명실상부한 '전략적 협력동반자'가 아닌 만큼 상호신뢰보다 불신 오해가 앞서는 등 메워야 할 부분이 많다고 충고한다.

무엇보다도 북한 문제를 둘러싼 서로 다른 인식과 이해는 한중 양국이 풀어야 할 갈등의 핵심요인으로 제기했다.

무엇보다 이 회장은 세계적인 흐름과 추세, 한반도 내외 상황은 앞으로 한중 관계가 더욱 발전할 수 밖에 없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내외정세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숙원인 남북통일이 멀지 않았다고 이 회장은 조심스레 전한다.

지난 12대 선거운동을 할 때는 분단의 현장에서 태어나 전쟁의 쓰라림을 겪었던 만큼 소원은 남북통일의 성업에 헌신하는 일이었다며 통일이 되면 '민선 평양시장'에 이어 '통일대통령'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밝혀 이목을 끈바 있다.

이 회장은 앞서 출판기념 인사말을 통해 제주도에는 '徐福公園'을 만들었다며 2000년전 중국 진시황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구하러 한라산을 다녀간 서복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서귀포에 기념공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제 ‘서복공원’은 제주도의 관광명소로 중국인들의 '관광 스토리'가 됐다고 말했다.

서복공원은 한중관계 역사의 복원이자 한중우호친선의 상징이다.

지난 2007년 4월, 한중수교 1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차 방한한 온가보 총리에게 이세기 회장은 제주도에 ‘서복공원’이 세워졌음을 설명하고 '서복공원'을 친필휘호로 써줄 것을 부탁했다.

다시 산동성을 방문한 길에 현지 姜大明성장에게 부탁했더니 姜 성장은 溫총리의 친필휘호를 태산석 바위돌에 잘 새겨 보내 주었다.

2008년 2월26일, 蔡武 중국문화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인 현판 제막식을 거행하게 됐다.

물론 당시 서복공원을 서귀포에 건립할 과정에는 이세기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의 대중국 인식을 분석하는 데도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이 회장은 "한중간의 상대에 대한 인식과 기대의 차이는 좀처럼 좁히기 어려운 국면에 와 있다"면서 "이런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소위 인간적인 '관시(關係)'는 고갈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해 중국을 바로 알고, 중국인들과의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유감스럽게도 한국 정부의 중국에 대한 이해도는 너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한국 정부의 대중국 인식의 혼란과 불편함은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변하는 내외정세와 양국 관계를 정확히 보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면서 "우리 식으로 한중관계를 읽고, 미국식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전략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세기 회장은 끝으로 중국을 수십번이나 왕래하면서 직접 보고 느낀 것을 담은 체험담과 단상들이 만리장성 중국을 넘어 경제도약과 남북통일을 이루는 노정에서 하나의 참고와 길잡이가 돼주길 소망했다.

<프로필>
경기도 개성 출생/부산동아고교 졸업/고려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동 대학원 졸업/중국사회과학원 연수/베이징대학원 객원연구원 등 다수

<경력>
제11대 국토통일원 장관/제5대 체육부 장관
<국회>
제11,12,14,15대 4선 국회의원/국회 올림픽지원특별위원장/국회 운영위원장/국회 문화체육공보위원장
<정당>
민정당 원내총무/민정당 정책위원회 의장
<현재>
새누리당 상임고문/한중친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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