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復),마음을 돌이키다”향연

<거문고연주자 강유경 교수>

16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일탈된 아노미(Anomie) 사회속에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아 본성을 회복해 줄 격조어린 거문고 독주회가 초여름 밤하늘을 수놓는다.

예로부터 ‘도드리’는 국악에서 여러 악곡의 제목으로 또는 장단명으로 다양하게 즐겨 사용된다.

이같은 도드리를 주역의 괘와 관련해 해석한 거문고연주회는 오는 16일 오후 7시30분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364 소재 국립국악원(www.gugak.go.kr) 풍류사랑방에서 다채롭게 열린다.

우리 전통음악 중에서도 특히 정악(正樂)은 단순히 가락과 장단을 즐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옛 사람들의 우주관과 세계관을 담아낸 음악으로 일컫는다.

그러나, 그 철학적 의미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게 주지의 사실이다.

화제의 강유경 교수의 제3회 거문고 독주회-‘복(復),마음을 돌이키다’는 주역의 지뢰복괘(地雷復卦)를 통해 우리 음악에서 널리 연주되는 악곡 ‘도드리’를 새롭게 이해하는 울림이다.

‘도드리’는 ‘돌아 들어간다’는 말로, 서양의 도드리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는 해석이다.
원래는 고려시대에 중국에서 전해진 ‘보허자’라는 악곡에서 파생된 음악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보허자'는 미전사와 미후사의 두 단으로 구성된 노래곡이었는데, 미후사를 부를 때, 첫 구절은 미전사 가락과 다르게 부르고 그 이하는 똑같은 가락을 반복한다.

이 달라지는 첫 구절을 ‘환두(換頭)’, 반복되는 구절을 ‘환입(還入)’이라 하는데, 환입을 우리말로 풀면 ‘돌아 들어간다’는 뜻이 된다.

도드리는 일반적으로 보허자의 환입 부분을 변주한 음악 ‘수연장지곡’을 가리킨다.

이 악곡을 음정을 높여 변주한 음악이 파생되면서 각각 ‘밑도드리’와 ‘웃도드리(송구여지곡)’으로 구분하며, 여기서 다시 양청도드리와 우조가락도드리가 파생됐다.

또한, 풍류음악을 대표하는 모음곡 영산회상 중에도 도드리라는 악곡명이 나타나는데, ‘상현도드리’, ‘하현도드리’, ‘염불도드리’ 등이 그것이다.

이들 음악은 대개 6박을 한 장단으로 하는 ‘도드리 장단’을 사용한다.

같은 가락이 반복되며 새로운 가락으로 파생되는 ‘도드리’ 형식과 ‘도드리’라는 용어가 국악에서 이렇게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균관대학교에서 유가미학(儒家美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거문고 연주자 강유경은 그 의미를 주역의 지뢰복괘(地雷復卦)에서 찾는다.

지뢰복괘(地雷復卦)는 ‘우레가 땅 속에 있는 괘’로, 양이 돌아와 아래로부터 회복되는 하늘의 이치를 드러낸다.

양이 가득차면 음이 자라나고, 음이 가득차면 양이 회복되면서 반복되는 이치를 의미한다.

끊임없이 돌아들어가며 순환하는 우주자연의 이치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도드리’인 것이다.

도드리는 본원세계의 도(道)를 지향하며, 또한 수 세기를 통해 많은 변화를 거쳐 형성,발전돼 오면서도, 끊임없는 도(道)의 작용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미래에도 함께 할 예술의 끊임없는 구동력이 되는 상징성을 띤 음악 용어라 할 수 있다.

옛 선비들은 거문고를 주역으로 해석하기를 즐겼다는 전언이다.

역(易)의 원리와 괘(卦), 상(象) 등을 통해 거문고의 제작원리를 설명했는데, 이득윤(李得胤,1553~1630)은 “역(易)이 소리 없는 거문고라면, 거문고는 바로 소리가 있는 역(易)”이라 했고, 남효온(南孝溫,1454~1492)은 “여덟 방위를 중첩하여 괘를 설치하니, 열여섯 괘(棵)가 밝게 돌아가네.”라고 찬미 했다.

또한, 양덕수의 ‘양금신보(梁琴新譜)’를 비롯한 여러 거문고 고악보의 서-발문에는 “금(琴)이란 금지[禁]한다는 뜻이니, 삿된 마음을 금하는 것이다.”는 기록이 다수 보인다는 설명이다.

“삿된 마음을 금한다”는 것은 ‘마음의 사욕을 없애고, 본래부터 갖고 있던 착한 본성을 회복한다’는 의미이다.

거문고는 그렇게 단순히 음률을 즐기는 악기가 아니라, 마음을 수양하는 도구였던 것이다.

강유경교수의 거문고 독주회 ‘복, 마음을 돌이키다’는 거문고로 연주하는 다양한 도드리의 변주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본성을 회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시간이란 후문이다.

입장료는 사회공헌(CSR) 활동 차원에서 전좌석 1만원으로 정하고, 고결하고 격조어린 풍류의 장으로 시민들을 초대했다.<최재순 기자>

[거문고 연주자 강유경교수는...]

자신의 논문을 바탕으로 새로운 음악 세계를 개척해 가고 있는 거문고 연주자 강유경교수는 국립국악고등학교에서 거문고를 시작해 이화여자대학교 국악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데 이어 성균관대학교 유학과에서 논문 「朝鮮時代 ‘琴銘’의 美學的 境界硏究」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 제16호 한갑득류 거문고산조 전수자로 경인교육대학교, 춘천교육대학교, 서울예술대학교 등에서 후학을 지도하며, 음악과 학문적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Profile>

△국립국악 고등학교 졸업△이화여대 한국음악과 및 同대학원 음악과 졸업△성균관대 유학과 박사과정 졸업(철학박사)△청소년 국악 관현악단 단원 역임△가톨릭 우리소리 관현악단 상임단원 역임△정동극장 국악예술단 상임단원 역임△경인교육대학교, 춘천교육대학교 강사 역임△중요 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중요 무형문화재 제16호 한갑득류 거문고산조 전수자 ‘필(筆)‧금(琴)‧무(舞)’동인 △현, 춘천교대 대학원, 서울예술대학교 외래교수

[프로그램]

1. 보허사[황하청]
거문고: 강유경, 철현금: 유미영

환입(還入)은 원래 보허자(步虛子)ㆍ낙양춘(洛陽春) 등의 당악계 음악에서 사용되던 용어이며, 이 환입 부분의 가락은 많은 파생곡을 만들었다.

현재 거문고ㆍ가야금 등 현악기로 연주하는 ‘보허자’를 ‘보허사[일명 황하청(黃河淸)]’라고 하는데, 이는 관악기로 연주하는 ‘보허자(일명 장춘불로지곡)’와 구분하기 위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옛 ‘보허자’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현행 ‘보허사’이고, 그 환입부분으로부터 ‘밑도드리’ㆍ‘윗도드리’ㆍ‘양청도드리’ㆍ‘우조가락도드리’가 파생되었다.

현행 보허사는 1∙2∙3∙4장은 느린 2분음 10박자이고, 5∙6∙7장은 빠른 2분의 10박자로 연주되는데 오늘연주는 1장, 5장, 6장, 7장을 감상하되 6장 중간에서 밑도드리로 연결하여 구성하였다.

2. 도드리 (편곡; 강유경)
거문고1: 강유경, 거문고2: 변현제, 25현 가야금: 허윤정

보허자의 환입(還入)가락 이하를 변주한 밑도드리[尾還入, 수연장지곡]는 변주하여 웃도드리[細還入, 송구여지곡]를 만들고 웃도드리를, 변주하여 양청도드리[兩淸還入]를 만든다. 그리고 양청도드리는 다시 우조가락도드리[羽調加樂還入]를 만든다.

이 모든 과정은 거문고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는 거문고가 선비들의 악기였으며 고악보(古樂譜)의 대부분이 거문고보[琴譜]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주는 ‘밑도드리’ㆍ‘웃도드리’ㆍ‘양청도드리’ㆍ‘우조가락도드리’를 합쳐 하나의 도드리로 구성하였다.

3. 상현∙하현도드리 (편곡; 정동희)
거문고: 강유경, 피리: 박경호, 25현 가야금: 허윤정, 타악: 서수복

상현도드리는 영산회상의 5번째, 하현도드리는 영산회상의 6번째 곡이다.

영산회상은 조선시대 풍류음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음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상영산-중령산-세령산-가락덜이-상현도드리-하현도드리-염불도드리-타령-군악 등 모두 9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현도드리와 하현도드리는 마치 밑도드리와 웃도드리처럼 거문고 저음과 고음의 대비적 음역을 상징하는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주역󰡕의 괘(卦)를 이루는 6효 중 아래쪽 3효는 하괘(下卦), 그리고 나머지 위쪽 3효는 상괘(上卦)라고 일컬음을 감안할 때, 이와 관련하여 밑도드리와 웃도드리, 또는 하현도드리와 상현도드리라는 악곡 명칭을 󰡔주역󰡕의 상괘 및 하괘와 관련시켜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도드리의 6박형 장단도 그러하듯 󰡔주역󰡕의 역리사상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면서 그 상징성을 띄고 있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4. 한 여름날의 도드리 (초연곡, 작곡; 정동희)
악기편성: 거문고(강유경), 피리(박경호), 25현 가야금(허윤정), 타악(서수복)

달이 깨어진다 흩어져 날리는 노오란 꽃잎들 한순간 꽃대만 남아 혼자 걷는 들길끊일 듯 끊일 듯 다시 이어져 어느덧 강둑에 이르러 늙은 미루나무 위에 오르다.

요란한 매미소리로 뜨거워지는 저녁노을 텃밭에서는 붉은 고추가 맹렬히 익어가고,불로 불을 다스리는 청동의 팔뚝에선 실신한 여름이 굵은 땀방울로 떨어진다.

다시하루가 저물고 깨어진 달이 한 잎 한 잎 제 몸을 수습하여 부풀어 오르는 밤원시의 동굴 속에선 쿵쿵 푸른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김완하 ‘여름 풍경’ 중에서-

<출연진>

작곡- 정동희(서울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사회- 남화정(방송작가)
철현금- 유미영
25현 가야금- 허윤정(성남시립국악단 상임단원)
피리- 박경호(경기도립국악단 단원)
타악- 서수복(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단원)
거문고- 변현제(국립국악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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