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주 수석부장판사와 행정부 판사들

"널부러진 쓰레기를 줍는 게 대수인가요. 우리가 가장 큰 수혜자인데 깨끗하게 관리해야죠."

매일 점심시간 때면 두꺼비 산란지로 유명한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 원흥이방죽에는 담배꽁초나 과자 봉지 등 쓰레기를 줍는 정장차림의 4사람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식사 후 30여분간 원흥이방죽 둘레에 있는 쓰레기는 물론 물가에 까지 내려가 젖은 쓰레기를 줍는 이들은 황성주(51.사시28회) 수석부장판사를 포함한 청주지법(법원장 서기석.사진) 행정부 판사들이다.

지난해 2월 청주지법으로 부임한 황 부장판사가 쓰레기 줍기에 나선 것은 원흥이방죽 둘레를 산책하며 지저분한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을 본 이후.
 
"생태공원이라는 원흥이방죽을 조성하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갔을 텐데 관리는 다소 안 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친 황 부장판사는 "30여분만 방죽 둘레를 돌면 양손가득 담배꽁초를 주울 정도"라고 토로한다.

더욱이 물에 잠긴 쓰레기는 1주일이 돼도 누구하나 치우려 하지 않았는지 그대로 방치된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청주지법을 떠난다고 해도 원흥이방죽은 굉장히 그리울 것 같다"면서 "원흥이방죽이 항상 깨끗한 생태공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물에 잠긴 쓰레기도 주울 수 있도록 법원 총무과에 뜰채를 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자"는 황 부장판사의 제안에 배석인 신정일(32) 판사와 김나영(30.여) 판사, 박현이(33.여) 판사도 쓰레기 줍기에 흔쾌히 동참했다.

"방죽 주변에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박 판사는 "이곳에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했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내비쳤다.




산교육장이자 청소년들의 생태공간 활용 

원흥이 방죽의 두꺼비 생태공원<사진>이 국제적인 생태교육 공간으로 주목받은지는 그리 오래지 않다.

지난 8월, 국제 자원봉사 모임인 국제워크캠프기구 소속 일본 독일 캐나다 말레이시아 청소년들이 생태공원을 찾아 자원봉사를 한 데 이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주최하는 ‘지속 가능한 교육을 위한 한일 교사 교류’ 행사가 생태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한국과 일본의 교사 20여 명이 두꺼비 생태공원을 찾아 공원 조성 과정, 현황, 보존 실태 등을 둘러 보았다.

지난해 3월, 두꺼비 생태문화관이 들어서면서 생태 체험 학생, 관광객 방문이 쉼없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2만7천여명이 공원을 찾은 데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1만여명이 다녀갔을 정도이다.

두꺼비 생태공원이 나라 안팎에서 눈길을 끄는 이유는 시민들이 지켜내고 시민들이 일궈가는 시민 생태공원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청주 산남3지구 택지개발에 나선 LH공사가 원흥이 방죽과 두꺼비 서식지마저 훼손하려 하자 시민들은 2003년 3월부터 두꺼비 서식지 보존 운동을 벌여 21개월 만인 2004년 11월 보존 약속을 받아 냈다.

그 뒤 시민들은 ‘구룡산 땅 한평 사기 운동’을 벌여 모은 성금 1,200여만원과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후원금 등으로 지난해 5월 두꺼비 핵심 서식지를 사기도 했다.

두꺼비 친구들의 한 간부는 “두꺼비 생태공원 조성 과정과 생태 보존 실태, 시민 참여 등이 나라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더한다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두꺼비 생태공원은 2006년 12월 충북 청주시 산남3지구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원흥이 방죽을 중심으로 3만9,600여㎡(1만2,000평) 규모로 조성됐다.

이곳은 원흥이 방죽과 근처 구룡산을 오가며 서식하는 두꺼비뿐 아니라 소쩍새 황조롱이 원앙 등 천연기념물과 해오라기 등 조류 25종과 양서류 파충류, 물속 식물 등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권병창 기자>
저작권자 © 환경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