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피해자들이 찾아와 “피의자나 피고인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데 왜 그냥 두느냐, 거짓말에 대해 엄히 처벌해달라”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필자가 “우리나라의 경우 피의자가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거짓말하더라도 이를 별도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하면, 피해자는 “그럼 저도 거짓말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나요”라고 되묻곤 합니다.

이에 필자가 “법정에서 거짓말할 경우 위증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면 피해자는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돌아가곤 하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거짓말하는 경우를 별도로 처벌하는 규정은 없지만,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위증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피의자나 피고인이 거짓말하는 것을 처벌하지 않는 근거로 ‘자기부죄금지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원칙으로, 헌법 제12조 제2항으로 명문화돼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선진사법제도를 가진 나라’라며 배심재판 등 근래 그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미국은 오래전부터 참고인뿐만 아니라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적극적, 자발적으로 거짓말하는 것도 허위진술죄로 처벌하여 왔습니다.

나아가 소극적 범행부인, 즉 수사관의 범행추궁에 대하여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면서 “아니요”라고 대답한 것이 허위진술죄에 해당하느냐가 논란이 되어 연방대법원에까지 그 사건이 올라갔습니다.

사건의 내용은 A라는 사람이 노동조합의 간부로서 회사로부터 현금이나 선물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관하여 연방조사관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아니요”라고 거짓으로 대답하였고, A는 허위진술죄와 뇌물죄로 기소가 되었습니다.

이에 A는 “이 같은 경우를 처벌하는 것은 피의자로 하여금 죄를 시인하던가, 침묵을 지키든가, 범행을 거짓으로 부인하든가 하는 ‘잔인한 3자 택일’의 궁지에 빠지게 하여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연방대법원 측에 하였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은 거짓말해도 되는지’라는 우문(愚問)에 대해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1998년 현답(賢答)을 내어놓았습니다.

수정헌법 제5조는 ‘침묵할 권리를 준 것이지, 거짓말할 권리를 준 것이 아니다’. A가 주장하는 ‘3자 택일’의 궁지는 전적으로 A 자신이 만들어낸 사정이다.

또 비록 죄를 지었지만 정직하고 개전의 정이 있는 사람이 ‘3자 택일’의 궁지 중 뻔뻔한 거짓말을 선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판시한 것입니다.

근자에 우리나라에서도 수사기관에서 거짓 진술하여 죄없는 사람을 무고하거나 죄지은 사람이 처벌받지 않게 돕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하여 ‘사법방해죄’ 도입이 논의되고 있으나 피의자가 거짓말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되고 있지 않습니다.

필자는 ‘거짓말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가 참고인은 물론, 죄인에게도 통용되는 제도가 도입돼 거짓말할 권리(?)를 남용하는 뻔뻔한 사람들이 줄어들기를 기대합니다. <광주지검/박현규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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