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4대강에 세워질 보의 디자인이 발표됐다. 매끈하게 빠진채 파랗게 서 있는 그림 보들을 보고 있자니 자괴감이 솟는다.
몇만년을 흐르던 강물이 보에 막혀 호수를 만들고 서서히 죽어가는 썩은 그림이 보이기 때문이다.

29일에는 충남대에서 4대강 찬성론자와 반대론자가 참여하는 4대강 학자토론이 팽팽하게 진행됐다고 한다.
역시 그곳에서도 보의 설치 문제가 가장 큰 접전이었다고 한다.

얼마전 ‘4대강 살리기’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낙동강은 사라지고 대신 심각한 수질오염으로 몸살을 앓는 11개의 초대형‘죽음의 호수’만 남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김좌관 교수(환경공학과)가 정부 계획대로 낙동강에 보가 설치될 경우 바뀔 유속 등을 시뮬레이션해서 얻은 결과에서다.

그 연구결과에서는 정부가 계획하는 낙동강의 보 11개가 건설되면 낙동강 상류에서 하류까지 물이 흘러가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왔다.

보가 설치되면 유속이 느려져 낙동강 상류(영강)에서 하류(하굿둑)까지 물이 흘러가는 시간이 총 185.8일이 걸린다. 보가 없는 현재 낙동강 상류에서 하류까지 물이 흘러가는 시간인 18.3일(갈수기)보다 무려 약 10배 가까운 시일이 걸리는 것이다.

따라서 11개 보 사이에서 물이 체류하는 시간은 최저 11일에서 최장 39일 정도가 될 것으로 보여 국내외 기준을 따져봐도 이건 물이 흐르는 강이 아니라 썩어가는 호수라는 말이 맞는다. 문제는 강이 호수로 변하면 바로 조류번식으로 인한 수질오염이 아주 심각해 진다는 점이다.  

그러잖아도 해마다 적조와 갈조피해가 심한데 먹는 물까지 이런 일이 생기면 생명의 위협도 아주 가까이 와 있는 셈이다. 

또한 강은 일반적으로 수심이 7미터 이상이 되면 물의 상층과 하층이 섞이지 않은 성층 현상이 나타난다. 조류 번식, 성층 현상 등을 염두에 두면 낙동강의 수질 악화는 피할 수 없으리라는 게 김좌관 교수의 결론이다.

하지만 지난 5월 정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자체 모의 실험한 2012년 수질 예측치에도 유속 변화를 반영했는데 보를 설치한다고 해서 반드시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김교수의 시뮬레이션이 4대강 사업의 보 설치에 따른 강물의 유속 변화 수치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에 결국은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또다시 보 설치에 따른 유량 증가에 따라 ‘수질 오염물질의 희석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지만 물의 체류시간 증가에 따른 ‘조류 성장률 증대 효과가 더욱 강력해져 수질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해보인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문가의 구체적인 증거와 수치 앞에서도 산하가 파괴되는 것이 싫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구체적이고 확실한 수치나 증거도 없이 강을 살린다는 달콤한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심지어는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진행했다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질영향조사 전체 자료 조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가 기관이 세금을 들여 실시한 조사나 실험은 공개하고 객관적으로 검증받아야 하는 것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4대강 사업은 멀쩡한 강을 썩어가는 강물로 만드는 것이라는 구체적인 증거나 전문가의 확실한 제시에도 아랑 곳없이 또다른 변명을 만들거나 무시하면서 4대강을 파헤칠 것이다.

돈을 얼마나 쏟아 붓든 그리고 강이 썩고 먹을 물이 없어 사람이 죽어가든 나중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풍토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정부는 김교수가 시뮬레이션으로 얻은 결과에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여 해명이나 반박을 해야 한다. 온갖 의문투성이의 4대강 사업을 국민의 혈세 30조원이나 쏟아붓는데 이런 사소하고 작은 증거하나도 반박못해서야 어떻게 정부사업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4대강은 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직접적으로 식수문제와 연결된다. 수질을 악화시켜서 식수원까지도 위협받게 만든다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4대강 사업에서 추상적인 살린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지 말고 정확한 수치와 예측을 내 놓놔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준설과 보 설치에 따른 수질개선 효과와 관련한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이 거짓과 은폐라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특히 수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환경부는 국민의 생명수 오염을 담보로 대규모 토목사업에만 혈안이 된 정부와 한나라당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환경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