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날치기 후 언로가 막혔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이번에는 기상청의 어이없는 코미디가 화제다.

13일 선진당 권선택 의원은 날씨를 감시해야 할 기상청이 네티즌을 감시했다며 질타했다.

권의원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7월부터 대변인실 4명, 실·국별 2명, 지방청당 각 2명으로 인터넷 비난기사 대응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전담팀까지 꾸리고 자체적인 매뉴얼도 있다고 한다.

비난이나 댓글이 달리면 게시자 신상 파악 후 1단계 전화를 하고, 2단계 블로그 댓글, 3단계 면담 순으로 세분화해서 대처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어이 없음을 넘어 한여름의 습기차고 후덥지근한 불쾌감과 기분나쁜 끈적거림까지 느껴질 정도다.

기상예보를 그렇게 체계적으로 했더라먼 인터넷을 감시해야할 일은 애초부터 생길 여지도 없었을 것 아닌가 말이다.

그 뿐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이 같은 ‘시정요구 실적’을 집계해 보고하도록 했다고 하니 이쯤되면 이 기관이 천재지변에 대비해야 하는 기상 감시 기관인지 국민감시 기관인지 애매할 정도다.

세상에 인터넷공간의 댓글을 경찰도 아니고 기상청이 감시하다니 그동안 날씨 오보가 왜 그렇게 많았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일이다.

기상청이 본연의 임무인 기상연구를 제쳐두고 인터넷 여론에만 과잉반응을 했으니 하늘과 구름과 바람을 과학적으로 볼 분석력이 생길 리 만무했을 것이다.

기상청에게 묻고 싶다. 날씨 오보를 비난하는 블로거나 네티즌에게 글을 삭제하라고 요구하면 오보가 정당화라도 되는가? 당장에 급하게 일어나는 기상변화가 비난 댓글만 삭제되면 기상변화가 멈추기라도 하는가 말이다.

잘못된 날씨 정보로 인해 피해본 국민들에 좀 더 정확하고 확률 높은 기상변화를 알려줄 노력은 고사하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인터넷 여론만 막으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인지 한심스럽다 못해 씁쓸할 지경이다.

기상청이 2005년부터 2009년 6월까지 자체조사 한 바에 의하면 야후,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기상청을 비난하는 블로그 기사는 총 5천154건이었다고 한다.

비난하는 말도 구라청, 오보청, 중계청이라는 표현으로 혐오스러울 정도도 아니다. 잘못된 날씨로 인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수군거림 정도다.

물론 개인이나 기관이나 정부부처나 비난을 받으면 기분 나쁠 수밖에 없다. 정부기관이라고 해서 악의적인 비방이나 비난에 대해 정당하게 해명하고 요구하지 말라는 법 없다. 얼마든지 해명할 수 있고 홍보가 가능하다. 방법들도 얼마든지 있고 그렇게 하는 부서들도 많다. 그런데 기상청의 이런 처사는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해도 참으로 민망하고 낮 뜨거운 일이 아닌가.

문제는 국가관이 그것도 인터넷 언론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기상청이 언론의 한 축을 이루는 인터넷 댓글을 감시하기 위해 전담팀까지 꾸렸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리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하지만 어찌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주는 시민에게 종아리를 때리며 협박을 할 수 있는지 안하무인도 이정도면 위험수위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기상청은 국민이 주는 세금으로 국민을 감시하고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본연의 임무에 더 충실하고 연구하는 것이 그런 비난이 줄어들 수 있게 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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