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맵시 날렵한 사선녀를 빼닮은 금강초롱은 한적한 고산지에서 자태를 뽐낸다.

목가적 분위기가 배어나는 자색의 금강초롱은 싫증나지 않으며 고요와 적막이 감도는 심산유곡에 자생한다.

금강초롱은 아름답고 청초하여 주옥같은 명시와 TV 광고에도 간혹 등장한다.

계란형 미인을 떠올리듯 애잔한 청사초롱 모양의 균형미는 자연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한여름을 풍미한다.

금강초롱은 앞서 환경부가 지정한 국외반출 승인대상의 생물자원 가운데 하나로 보배로운 진가를 구가한다.

지구상 유일의 한반도에만 자라는 금강초롱은 오대산과 금강산 태백산 등 백두대간에 뿌리내려 제모습을 감추며 지낸다.

몰지각한 일부 등산객들은 연보라 금강초롱을 불법으로 채취하기 일쑤여서 더한층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병윤 박사는 아예 식물 채집은 고사하고 금강초롱이 행여 다칠세라 사진 촬영까지 자제할 정도란다.

수년전 기회가 있어 북한의 천하제일경으로 손꼽는 금강산의 가파른 만물상에 올랐다.

눈 앞에 펼쳐진 만물상의 7,8부 능선 철재 데크에서 만난 금강초롱은 아직도 파노라마처럼 기억에 새롭 다.

눈에 띈 금강초롱을 편히 내려올 때 미리 준비해 간 카메라 앵글에 담아낼 요량이었으나 하산때 그만 포착에 실패했다.

아직도 마음한 켠은 사진으로 남겨 북한의 천연기념물 제233호로 지정된 금강초롱이라며 지인들에 보여주려 했지만 내심 마음이 속상하다.

희귀한 금강초롱은 남한의 백두대간 고지대서도 그리 쉽게 찾을 수 없는데다 이름마저 예쁘지만 여린 꽃잎은 한지와 같이 갸냘프다.

한국특산식물로 보호되는 금강초롱은 해발 1,000m 이상의 계곡과 숲속에서 나뭇잎 틈으로 햇빛을 받으며 자란다.

강한 햇빛이나 더위에 약한 금강초롱은 늦여름에 꽃이 피었다가 미처 열매도 맺기 전에 서리를 맞아 시드는 단명에 지나지 않는다.

온유함이 배어나는 금강초롱의 꽃말은 각시와 신랑, 청사초롱으로 구전된다.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며 줄기는 대략 20∼40cm 크기에 이른다.

가녀린 여인의 손이라도 닿으면 툭터질 연보란 잎은 끝이 뾰족한 유선형이며 여름에 초롱 모양의 자주색 꽃이 가지마다 피어오른다.

‘하나부사야’로 불리는 금강초롱은 당초 토쿄대학서 후학을 가르치던 나카이 교수가 1910년 한-일합방 당시 한반도내 식물탐사를 위해 조선총독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도감을 만드는데 유래된다.

나카이 교수는 당시 조선총독부의 총독 ‘하나부사’ 이름을 붙여 우리의 토속적인 야생화 이름을 잃게 됐다는 후문이다.

우리나라가 먼저 금강초롱을 대상으로 과학적 접근아래 이름을 선점하지 못한 사실에 슬픈 내력을 짊어진 셈이다.

금강초롱은 경기도의 명지산과 함경남도의 삼방과 강원도의 고산지역에만 한정되고 분포한다.

무분별한 남획으로 해마다 개체수가 줄어들고 야생화 보호가 요구되는 희귀식물로서 식물학계는 우려하고 있다.

지역별 자생지로는 경기도의 국망봉과 명지산, 유명산, 용문산, 백석산, 대암산, 점봉산, 오대산 등지에서 간혹 만나볼 수 있다고 강원대학교 생명과학부의 유기억 교수는 귀띔한다.

금강초롱에 얽힌 전설은 처연한 생태를 암시하듯 마음마저 아리다.

먼 옛날 금강산 깊은 골에 일찍 부모를 여읜 두 오누이는 삶의 무게가 버거웠지만 누구나 부러워할 우애좋은 사이였다.

삭풍이 불던 겨울 어느날 몸이 쇠약한 누나는 아파 드러눕게 된다.

집이 가난한 그들에게 약을 산다는 것은 감히 엄두도 못낼 형편이었다.

동생은 누나를 위해 약초를 찾아 금강산을 헤매기 시작했는데 주변의 꽃들이 남동생에게 이야기를 전한다.

그 약초를 구하기 위해서는 먼 달나라까지 가야한다는 것이란다.

이는 귀한 약초를 구할 수 없는 데다 아예 찾을 수도 없는 난치병을 앓고 있다는 뉘앙스리라.

고민 끝에 남동생은 자신의 누나를 살리기 위해 그만 되돌아 올 수 없는 곳으로 약초를 구하러 떠난다.

반면 며칠째 집에서 동생을 기다리던 누나는 늦은 밤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자, 초롱불을 켜들고 동생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몸이 좋지 않은 누나는 얼마가지 않아 바닥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동생이 약을 구해 집으로 돌아와 보니 누나의 죽음 앞에는 들고 있던 초롱불이 금강초롱꽃이 되어 반겼다는 애잔한 전설이다.

이같은 금강초롱은 종모양으로 줄기 끝에 한 개씩 피거나 짧은 꽃자루에 매달려 있다. 개화기의 8,9월에 청자색 자색 흰색 등으로 함초롬히 피어난다.

종자는 연한 갈색으로 타원형이며 마치 여인의 치마폭을 연상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남북이 둘로 갈려 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남북 식물학자들은 같은 식물을 두고 다르게 부르며 학문 체계를 만들어 왔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산지에서 자라는데 한반도의 금강산, 태백산, 설악산 등지에서 자라는 진귀한 꽃으로 보전된다.

금강초롱꽃은 지구상에 1속, 1종, 1변종으로 나뉘며 유아독존의 멋을 누린다.

북한지역의 강원도 금강군 내강리에 자생하는 금강초롱은 내금강의 만폭동굴안 묘길상 부근과 비로봉으로 가는 골짜기와 외금강의 만물상을 비롯 해발 600여m 이상에서 눈에 띈다.

꽃이 크고 아름다울뿐 아니라 한반도 식물상의 진화를 밝혀주는 소중한 가치를 지녔다. 도라지목과 국화목의 계통관계를 밝히는데서 과학적 의의를 지닌 미려한 꽃으로 불린다.

한번 심으면 여러해 볼 수 있는 관상식물로서 부식질이 많고 물이 잘 빠지는 나무그늘 밑에 심으면 더욱 좋다는게 식물학계의 조언이다.

해발 1,000m급 백두대간에서 조차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금강초롱의 희소가치에 자연지킴이와 보존활동에 참여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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