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조승수

도시형 생활주택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참사로 얼룩졌던 2014년을 보내고 새해가 시작된 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주말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의 도시형 생활주택 등 3개 동에서 화재가 발생해 12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이 가연성 자재로 마감된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면서 삽시간에 건물 두 동을 태우고 옆 건물로까지 번졌다. 하지만 주차장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초기 진화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소방당국이 화재 현장에 도착했지만 좁은 골목에 빽빽이 주차된 차들로 진입을 하지 못해 불을 끄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부른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또다시 반복되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도시형 생활주택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도입되었다. 1~2인 가구와 서민들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민간시장의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을 유도하고자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연 2% 금리로 건설자금을 빌려주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면제해주었다.

문제는 이처럼 건설업체의 사업성을 보장하여 신속하게 물량을 확보하려다보니 안전과 직결된 각종 규제들이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주거용 건물임에도 주차장 건설기준, 건축물 간 거리규제, 소음기준 규제, 관리사무소 설치 의무 등 일반 주택들이 적용받는 건설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에 처음 화재가 발생한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아파트 등은 1.5m만 떨어져 다닥다닥 붙어 있어 불이 옮아 붙으면서 피해가 더욱 커졌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건물간 간격이 6m 이상 되어야 하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에는 건물 간격이 50㎝만 넘으면 되는 상업지역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진입도로 및 주차 공간 확보 규제를 받지 않은 점 역시 피해를 줄이는데 결정적인 장애가 되었다. 기존 공동주택의 진입도로는 폭 6m 이상으로 설치되어야 하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은 연면적 660㎡이하 건물의 경우 4m만 넘으면 된다. 일반 아파트의 경우 가구당 1대 이상의 주차장 면적을 확보해야 하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은 가구당 0.5대만 마련하면 된다.

실제로 화재가 발생한 대봉그린아파트의 경우 전체 가구 수가 88가구이지만 건물 내 주차 시설은 17대로 가구당 주차대수가 0.19대에 불과했다. 그나마 좁은 진입도로에 어쩔 수 없이 나머지 세대의 차들이 주차될 수밖에 없었다.

도시형 생활주택이 기존의 안전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점도 문제다. 이번에 화재가 확산된 큰 이유로 ‘드라이비트’가 외벽 마감재로 사용된 점이 지적되고 있다. 단열효과가 있지만 연소 속도가 빨라 건축법 등에서 사용에 제한을 두고 있는 재료다. 하지만 건축법 시행령에는 상업지역의 경우 다중이용업 건물, 공장으로부터 6m이내에 있는 건물 등으로 한정되어 있어 사고 건물은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초기 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어야 할 스프링클러 설치도 비껴갔다. 소방법에 따르면 11층 이상인 건물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악조건들이 이미 존재했던 셈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인허가 물량만 35만6,074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말 발표된 정부의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민간임대시장 활성화가 제시되면서 ‘임대사업자에 도시형 생활주택 등을 우선 공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앞으로도 공급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아무런 변화 없이 공급만 확대된다면 제2, 제3의 의정부 참사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대폭 완화되어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필요한 안전 규정을 강화해 앞으로 화재에 취약한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이미 지어져 화재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개선이 필요하다.

안타까운 참사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삶의 질을 보장하고 공공성을 유지해 공동체의 지속적인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 적정한 규제와 규율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암덩어리’, ‘단두대’ 등과 같은 극단적인 언사까지 동원되면서 규제는 그 종류와 수준을 떠나 모두 철폐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번 참사는 섣부른 규제 완화가 얼마나 큰 재해로 다가올 수 있는 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규제는 절대악이라는 미몽에서 정부가 깨어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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