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선 ‘술잔치’ 한쪽선 ‘노름판’

16일 오후 서울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 주차장.

45인승 관광버스와 20인승 여행사 버스가 중국 대만 일본 등지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을 수시로 태워 날랐다.

충무로역에서 50여m 떨어진 남산 북쪽 기슭에 자리한 남산골 한옥마을은 서울 팔대가(八大家) 중 하나로 전해지는 박영효의 가옥을 비롯해 조선시대 명인들이 살던 한옥 다섯채와 정자, 연못 등이 조성돼 있다.

명동, 남산타워와 가까워 서울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꼭 한 번 들르는 관광명소이자 시민에게도 무료 개방되는 도심 속 휴식처로 인기가 많다.

그러나 16일 찾은 남산골 한옥마을 곳곳에서는 ‘관광 명소’의 격을 떨어뜨리는 갖가지 추태가 눈에 띄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오후 3시쯤부터 한옥마을 내 관어정, 피금정 인근 숲에서는 편안한 차림으로 나온 50~60대 무리가 슬그머니 술병과 화투를 꺼내놓고 음주와 노름을 즐겼다.

안내표지판에는 “시설물에서는 음주 흡연 모임 음식물 먹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고 적혀 있지만 ‘어르신’들은 버젓이 소주병이나 막걸리병을 정자 위에 올려놓고 술을 마셨다.

인근 숲 속에서는 4명이 모여 앉아 화투를 하고 있다.

나무가 듬성듬성 심어져 있어 안이 들여다보이는 숲속에서는 내의만 입은 노인들이 “그렇지!” “에휴” 하는 소리를 내며 화투를 쳤다.

지난 9일 이곳을 찾았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발걸음을 멈췄던 외국인들은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

마을 내 연못에서는 지난 5월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3%를 넘을 정도로 술을 마신 장모씨(47)의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서울시가 직영하는 관리사무소의 관계자는 “한 시간에 한 번씩 순찰을 돌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몇 안되는 관광명소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에 부끄러웠다”며 “보다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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